위험인자 중첨으로 인한 위험도 증가

 

대사증후군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이 단순히 군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로 인해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배가시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군집 및 집단발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는 INTERHEART(Lancet 2004;364:937-952) 연구가 있다.

총 52개국 3만명(사례군 1만 5152명, 대조군 1만 4820명)가량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근경색증 위험인자의 영향력을 조사한 대규모 사례-대조연구(case-control study) 결과다. 각각의 위험인자를 보면 여타 변수를 보정한 상태에서 △ 지질이상을 나타내는 높은 ApoB/ApoA1 비율(odds ratio 3.25, 99% CI 2.81-3.76) △ 흡연(2.87, 2.58-3.19) △ 사회·심리적 요인(2.67, 2.21-3.22) △ 당뇨병(2.37, 2.07-2.71) △ 고혈압(1.91, 1.74-2.10) △ 복부비만(1.62, 1.45-1.80) 순으로 급성 심근경색증 위험이 증가했다.

기하급수적 증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중 위험인자 발현이 심근경색증 위험에 미치는 영향 또한 분석했는데 개별 인자로 볼 때 심근경색증 위험도는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와 비교해 흡연 2.9배, 당뇨병 2.4배, 고혈압 1.9배였다. 하지만 이들 3개 인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경우 위험도는 13.0배까지 급증했다. 흡연, 당뇨병, 고혈압에 지질이상까지 합쳐지면 위험도는 42.3배, 여기에 복부비만까지 더해지면 위험도가 68.5배로 높아진다. 위험인자 수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이 1 + 1 = 2라는 단순한 산술적 합산과는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1 + 1 = 2 아니다”
미국 사우스웨스턴의대의 Scott M. Grundy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 혈전, 염증 등의 5개 심혈관 대사성 위험인자들이 통상 집단적으로 발생한다”며 대사증후군의 실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위험인자의 다중발현이 임상에서 자주 관찰되며, 연구에서도 매우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Grundy 교수는 또 이렇게 위험인자의 수가 증가하면 그 파급효과가 배수 형태로 커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험인자 증가 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이 1+1=2의 단순한 산술적 합산이 아니라 3, 4, 5의 형태로 상승한다”는 말이다. 그는 “개별 위험인자를 합산한 결과보다 심혈관질환 전체 위험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MRFIT 등의 연구에서도 심혈관 대사성 위험인자의 경우,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인자 간 교차작용
전문가들은 위험인자 다중발현 시 나타나는 심혈관질환 위험도 급증의 이유를 위험인자 간의 상호작용에서 찾고 있다. 고혈압, 고혈당(인슐린 저항성), 비만, 지질이상 등의 위험인자가 겹칠 경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지방선조(fatty streak) - 섬유성 경화반 - 불안정형 경화반을 거치는 죽상동맥경화증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사증후군이 비만 - 인슐린 저항성 - 고혈압·이상지혈증·고혈당 - 죽상동맥경화증 - 심혈관질환의 과정을 거친다는 데는 전반적으로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죽상동맥경화증 사전 차단해야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발현되는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 과정에서 혈관 긴장도(vascular tone)나 염증 등을 조절하는 내피세포의 기능장애가 일관되게 유발된다. 내피세포기능장애는 여타 위험인자와 상호작용해 경화반 악화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불안정형 경화반이 파열돼 혈전색전증을 유발하면 뇌졸중 또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으로 이어진다.

현재까지의 기초연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의 기저병태인 죽상동맥경화증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흡연 등의 위험인자들이 내피세포기능장애를 초래해 죽상경화성 혈관환경을 만드는 기전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 죽상동맥경화증이 일단 발생하면 이미 화살이 시위를 떠난 상태로 심혈관질환으로의 귀결을 되돌리기가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위험인자 발현과 심혈관사건의 중간단계인 죽상동맥경화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극복의 핵심열쇠인 셈이다. 또 이 죽상동맥경화증의 발현을 막기 위해서는 다발되는 위험인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고혈당, 고혈압, 지질이상, 복부비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해야
이 경우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이나 혈당을 측정해 위험인자 또는 여타 질환의 동반현상을 관찰하고, 총체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해 추가적인 치료가 동시에 적용될 수도 있다. 다른 개별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향후의 죽상동맥경화증 또는 보다 궁극적인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에 미칠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한 후, 정상 또는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위험인자 관리가 이뤄진다.

이를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이라 부르는데, 이는 곧 약물의 병합요법과 직결된다. 그런데 병합요법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명확한 개념정리가 필요하다.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에서 병합요법은 다중 위험인자의 발현과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죽상동맥경화증의 악화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급격히 증가시킨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약물 병합요법의 개념은 위험인자의 조절과 함께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혈관의 구조적·기능적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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