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고혈압 위험 연관성 확인한 국내외 연구 발표

▲ 서울 강남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촬영 당일 미세먼지 최고값은 149를 기록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침입하는 미세먼지 문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미세먼지 공포' 상태에 빠졌다.환경부 보고에 따르면, 2014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미국 LA보다 1.5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보다 각각 2.1배, 2.3배로 매우 높은데, 최근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외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호흡기질환 이상의 건강 문제로 의료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고자 2014년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국내 최초로 '미세먼지/황사 건강피해 예방 및 관리 권고지침 개발연구(심혈관질환)'를 시작한 데 이어, 작년 11월 대한심장학회에서는 '미세먼지/황사 건강피해 예방 및 권고지침: 심혈관질환'을 발표하는 등 학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이에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 간 연관성을 분석한 최신 연구를 살펴봤다.[기획-상] 고혈압[기획-하] 뇌졸중, 관상동맥 석회화

심혈관질환의 새로운 위험인자 '미세먼지'

2004년 미국 심장협회(AHA)는 대기오염과 심혈관질환 위험성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2010년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대기오염 특성과 잠재적인 심혈관질환 유발 위험성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미세먼지를 위험인자로 지목하면서 임상의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AHA에서 기술한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란 입자 크기가 매우 작은 먼지로,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분류한다. 비유하면, PM10은 꽃가루, 곰팡이 크기이고, PM2.5는 연소입자, 유기화합물 크기이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아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침투하며, 혈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기도, 폐, 심혈관, 뇌 등 여러 기관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작년 11월 대한심장학회가 심혈관질환에 대한 새로운 위험인자 중 미세먼지를 주의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먼저 미세먼지를 흡입할 경우 수시간에서 수일 내에 심혈관계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고, 감수성이 있는 특정 환자에서 급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이 눈에 띄지 않게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미세먼지는 전신 염증 등 다양한 생물학적 부작용을 초래해 수년 후에도 심혈관질환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 간 상관관계를 알리는 학계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외 연구가 계속 발표되는 추세다.

단·장기간 노출 시 고혈압 위험 높아져

지난 5월 한국인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장기간 분석한 대규모 연구가 발표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김호 교수는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5월 10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통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고혈압 유병률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108개 지역에서 평가한 심혈관질환 유병률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측정한 PM10,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농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전체 고혈압 위험은 4.2% 상승했고(OR 1.042; 95% CI 1.009~1.077), 30세 이상으로 제한해 분석해도 고혈압 위험이 4.4% 상승했다(OR 1.044, 95% CI 1.009~1.079).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도 역시 10ppb 증가할 때마다 전체 고혈압 위험이 각각 7.7%(95% CI 1.044~1.112), 12.3%(95% CI 0.963~1.31) 상승해 PM10만큼 대기오염 물질도 고혈압 유병률과 관련 있었다.

국내 대규모 지역 기반인 이번 연구는 한국인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내 임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국외에서도 미세먼지와 고혈압 간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가 연이어 발표됐다. Hypertension 5월 31일자 온라인판에는 미세먼지에 단기간 또는 장기간 노출됐을 때 고혈압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동시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가 발표됐다.

중국 광동성 공중보건연구소 Tao Liu 교수팀은 2015년 9월 이전에 발표된 연구를 한데 모아 PM10, PM2.5,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오존과 고혈압 간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했다. 연구에는 고혈압 환자 10만 8000명, 비고혈압 환자 22만 명이 포함됐다. 총 17개 연구 중 대기오염에 단기간 노출된 연구는 6개, 장기간 노출된 연구는 11개였다.

대기오염에 단기간 노출된 연구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고혈압 유병률은 의미 있게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PM10 증가 시 고혈압 위험은 2.4% 상승했고(95% CI 1.017~1.030), PM2.5 증가 시 6.9% 상승해(95% CI 1.003~1.141), 초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고혈압에 더 위험하다고 나타났다. 미세먼지 외 이산화황에 단기간 노출됐을 때에도 고혈압 위험이 높아졌다(OR 1.046; 95% CI 1.012~1.081).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된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PM10 농도가 10㎍/㎥ 증가할 때 고혈압 위험이 5.4% 상승해(OR 1.054; 95% CI 1.036~1.072), PM10은 노출 기간에 상관 없이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PM2.5도 고혈압 위험을 높였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부족했다(OR 1.065; 95% CI 0.985~1.152). 

Liu 교수는 "노출된 기간에 관계 없이 미세먼지는 고혈압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이라면서 "그간 발표된 연구들을 근거로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미세먼지는 국가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대두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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