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 제약의 미래를 말하다

▲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를 책임졌던 자동차, 조선 관련 제조업은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바이오헬스 분야는 국가의 新성장 동력산업으로 꼽히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 제약사들은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혁신신약 개발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글로벌 도약을 위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을 만나 그간 발전경로를 통해 지금의 국내 제약사 위치를 알아보고 글로벌 제약사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사들은 제네릭 의약품에 매몰돼 있었다. 이제는 신약개발과 글로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제약산업의 변천사를 정리한다면?

제약산업 초반에는 대부분의 제약사가 외국에서 개발된 약을 국내 도입해 판매하는 형태였다. 이후 스스로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제네릭 비즈니스가 성장했다. 이어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제약 마켓이 성장하고 있는데, 바로 혁신신약 개발분야다. 글로벌로 가기 위해서는 제네릭은 한계가 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전략이 혁신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도약이다. 정리하면 외자사 품목 도입, 자체생산 제네릭, 개량신약, 혁신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경로다.

- 바이오헬스 산업을 신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헬스 관련 또는 의약품산업 시장의 성장은 크게 두 가지에 달려 있다. 인구와 소득수준이다. 많은 사람이 병을 가지고 더 오래 사는 추세고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헬스 관련 지출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병을 가진 노령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새로운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 해당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해준다.

실제 건강보험재정 증가에 따라 약가인하, 신약 가격등재 등의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바이오헬스 시장의 성장이 빠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한 과거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산업들의 성장 여력이 크지 않은 산업으로 간주돼 비교되는 것도 바이오헬스 산업에 거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 정부가 2018년까지 글로벌 신약 12개 생산, 글로벌 50대 제약기업 2곳 배출이라는 목표를 내놨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

매출은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의 가장 보편적인 잣대다. 이를 기준으로 2조원이면 Top 50에 진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한미약품을 포함해 3곳이 1조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를 보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료한 목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한때 Top 50에 포함됐다'가 아니라 '꾸준히 Top 50 제약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본은 7~8곳의 제약회사가 Top 5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자체 마켓 성장을 기반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제약시장의 1.5%에 불과하다. 내수기반의 매출로는 힘들지만, 역량을 갖춘 회사가 많아진다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퀄리티가 입증돼야 하고 과학적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한다. 우수한 인재 풀과 유연한 조직문화도 중요하다.

- 한미약품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곳이 많다. 가장 주력하는 분야와 10년 후 모습을 그려본다면?

오픈이노베이션은 제약분야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전략이고 문화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다. 한미는 대외적으로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 내부적으로는 '신뢰를 바탕으로 비전을 공유하며 가치를 더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제약사들이 리서치단계에서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향후 개발 방향설정에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한미약품은 미흡하지만 리서치단계부터 임상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글로벌 파트너와 논의하고 그들이 원하는 핵심질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역량을 축적했다. 이 점이 타사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과거에 성과를 냈더라도 계속 성공할 수 없다. 혁신자체가 주는 어려움이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미만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경험을 쌓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 M&A를 시도하고, 투자회사도 만들었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잘 구현하려면 여러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 손을 잡는 회사들이 한미의 가능성을 봐줘야 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는 내부 역량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일 수 없다. 최고와 함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필요에 따라 큰 규모의 M&A부터, 작은 규모의 투자, 공동연구 진행 등을 하게 되는데 이 같은 시도는 다양한 방법의 제휴관계를 구현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다.

- R&D는 투자 여력이 있는 상위사들의 몫이고, 규모에 따라 제약사들이 나아갈 방향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

규모가 작은 회사들도 외부 투자를 통해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회사 규모보다는 그 회사가 가진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회사의 정체성에 의해 나아갈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과학적 이해, 단계별 진행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 등을 고려해 회사의 핵심역량이 어디를 향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뜻이다. 한미약품도 무모한 투자라는 시선을 받았지만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 결국 방향성은 회사 정체성에 대한 문제다.

- 바이오시밀러도 주목받고 있다. 이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앞서 말했듯이 제약산업은 세분화돼 있다. 혁신신약 또는 하이퀄리티의 제네릭으로 경쟁하지 않고 바이오시밀러에 주목하는 회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그 분야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조에 대한 역량, 노하우를 가진 업체가 대규모 투자를 하고 프로세스 및 퀄리티 컨트롤을 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랜디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해 낼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 셀트리온과 삼성이 가진 전략일 것이고, 가능성 있는 시장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바이오시밀러가 합성의약품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국내 제약산업과 연계되기 때문에 그들이 쌓은 글로벌 역량이 직간접적으로 한국의 제약, 바이오 분야의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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