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약사법 기준 상이...하반기 마케팅 계획짜기 힘드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에 제기된 위헌법률 심판소송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내달 28일 시행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 기관은 약 4만여 곳에 이르며, 해당 기관 종사자와 배우자까지 합하면 적용 대상자는 400만~5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연히 의료계와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과연 김영란법은 무엇이고,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 살펴보자.김영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제안 이후 3년 만인 2015년 국회본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해 3월 26일 대통령이 재가했다. 시행은 오는 9월 28일이다.법안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은 경우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다. 또한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며, 선물의 상한가는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각각 책정됐다.국공립대병원 교수와 사립병원 임직원 등이 포함되는 김영란법은 제약사들의 마케팅 영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외부 강연 또는 자문, 식사 대접과 선물, 경조사비 등 조항은 꼭 숙지해야 하는데, 대학교수의 외부 강연료는 1시간당 100만원까지 줄 수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내에서 제공 가능하다.약사법·공정경쟁규약 vs 김영란법 “기준 애매하네”제약 영업·마케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간 의료·약사법과 공정경쟁규약이 기준이 됐다면 이제는 김영란법까지 챙겨봐야 한다. 김영란법은 약사법보다 강화된 법령이고 공정경쟁규약보다 우선해야 하는 법이지만 예외조항이나 해당사항이 없는 기준들이 있어 영업·마케팅 정책을 수립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이 관계자들 전언이다.제약산업 관련된 김영란법의 예외조항은 3가지. △제8조 3항 2호인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 △제8조 3항 6호인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되 행사에서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 등의 금품 등 △제8조 3항 8호인 그 밖에 다른 법령, 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 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제품설명회와 기념품 또는 판촉물 제공, 강연·자문료 지급, PMS, 시장조사, 학술대회 참가지원 등의 활동이 김영란법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제약사들이 가장 많이 시행하는 제품설명회와 심포지엄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들 행사는 약사법에 의해 10만원까지 식사가 가능하지만 김영란법은 3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 제8조 3항 2호인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에 해당하며, 제8조 3항 8호인 다른 법령 즉, 약사법 제47조 2항 및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 2에 따라 '제품설명회에서 제공할 수 있는 10만원 이하의 식음료'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반대로 강연·자문료는 김영란법이 정한 기준 금액이 다소 넉넉한 편이다. 사립병원 교수에게 강연을 의뢰할 경우 김영란법에서는 시간당 100만원을 책정하고 있지만 공정경쟁규약 개정을 통해 확정 예정인 금액은 50만원이다. 이 경우는 보다 넓게 적용되는 50만원에 맞춰야 된다는 목소리다.

이와 함께 기념품(5만원), 판촉물(1만원) 제공은 김영란법이 정한 선물 5만원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행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PMS(증례보고서당 5만원/최고 30만원 이내)와 시장조사(10만원/월 4회 이하)는 김영란법에 기준이 명시되지 않은데다 다른 법령인 약사법과 사회상규인 공정경쟁규약에 해당돼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100% 확신할 수 없다. 또한 권익위와 법조계에서는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의료종사자의 경우 부정청탁금지법이 약사법보다 우선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정경쟁규약은 제약업계에서 만든 규율이기 때문에 사회상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따라야 하는 것도 있고, 해당되지 않는 것들도 있어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하는지 정리하고 있다”며 "규약 자체가 사회상규로 인정을 못받더라도 김영란법 제외사항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확실한건 규약에 따라 협회에 신고를 하는 것"이라며 "회사 내부 기안에 따라 기안하고 증빙도 한 후 모니터링까지 모두 일관되게 연결된다면 첼린지 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하반기 계획 비상 “마케팅 활동 9월에 몰아서…”

이 같은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자 제약사들의 하반기 영업·마케팅 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계획했던 마케팅플랜이 모두 중단되고 재검토에 들어간 것. 하반기 마케팅 예산책정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국내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하반기 마케팅 활동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솔직히 계획은 있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라 타사들도 선뜻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마케팅 활동이 점점 위축돼 경쟁사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을 유심히 보면서 '가능' 또는 '불가능'한 활동이 정해지지 않겠냐"며 "눈치작전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애매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영란법 시행 전에 가능한 마케팅 활동을 해치우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상위제약사 마케터는 "요즘은 주력품목 또는 신제품 홍보를 위해 호텔에서 전국 심포지엄을 진행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식대 제한이라는 제약이 생기게 됐다"며 "당일 행사는 물론 1박2일 심포지엄 가능 여부도 불투명해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 9월 안에 심포지엄을 진행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PM은 "하반기에는 마케팅이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여 9월 안에 가능한 활동을 다 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대부분의 제약사가 같은 생각이라 장소는 물론 외부 강사 섭외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계도 김영란법으로 인한 혼란을 피할 수 없다.

대학병원에 재직하고 학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A교수는 "김영란법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병원 내 학회나 병원 행사 등 모든 것이 홀드된 상태고 해당 법과 무관한 동료들이 '사식 잘 넣어드릴게요. 걱정마세요'라고 농담할 정도"라며 "제약사 PM이나 영업사원을 만나는 것도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학회활동을 하는데, 김영란법에 해당하는 교수도 있고 아닌 교수들도 있다. 학회 운영진 입장에서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학회를 끌어가야 할지 난감한 상태"라며 "학술이나 학회 활동이 영향을 받지 않는 방향에서 정부의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온리인 마케팅 대안될까? …꼼수·불법 영업도 우려

김영란법이 시행된 9월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일단 종합병원 대상 디테일이 많은 다국적사들은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다. 다국적사 한 PM은 "일부 다국적사는 외부 강연자문 활동을 없애거나 학회 지원을 축소해 식사 프로모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도시락 배달 정도가 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의사들 대상 면대면 디테일이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시공간 제약이 없고, 합법적인 온라인 마케팅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제약사에서는 이미 온라인 강의와 웹 기반 심포지엄 등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약은 물론 주력 품목을 집중 조명해 매출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제약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돼 있어도 바쁜 일정 탓에 일부러 사이트를 찾아보는 의사들은 많이 없었겠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며 "아슬아슬 줄타기식의 마케팅보다는 차라리 온라인 마케팅을 활성화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면대면을 통해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시너지 효과 창출에 더 집중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주요 임상효과와 판매 실적이 우수한 제품들을 재조명함으로써 관심을 유도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다"며 "규모가 크거나 제품이 많은 회사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선택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꼼수 또는 불법 영업·마케팅도 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내사 영업사원은 "일부 제약사에서는 식사대접을 하는데 법인카드 결제는 법에서 정한 금액을 하고, 오버되는 금액은 '카드깡'으로 메우는 등 불법행위도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중소제약 한 관계자는 "지금은 종합병원 담당자와 의원급 담당자로 조직이 나눠져 있지만 9월 이후 조직변화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김영란법이 의원 프로모션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지역별로 종병과 의원 담당자를 팀으로 묶어 공동 예산을 집행하는 이른바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내사 CP 담당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영업마케팅 기준이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불법이나 편법적인 활동을 생각하기 전에 정해진 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프로모션을 찾는 것이 먼저"라며 "현행대로 유지 가능한 마케팅 방안과 증빙이 보강돼야 하는 활동을 구분해 매뉴얼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