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및 방학 특수 실종... 불경기에 더위까지 겹쳐 어려움 더해

 

대체로 여름에 매출이 상승하는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 클리닉, 안과 등이 울상에 빠졌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환자 감소와 더불어 전에 없던 불볕더위로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는 유령수술의 여파로 중국인 환자도 감소해 한여름에 혹한기를 맞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자 실종된 성형외과  
불안의 전주곡은 올해 초겨울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보통 성형외과는 겨울철인 12월, 1월 2월에 환자가 가장 많다.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는 평소 매출의 약 2~3, 규모가 작은 성형외과도 약 1.5배 매출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해는 이 같은 기존 매출 상승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겨울에서 이어진 환자감소는 여름에도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강남의 모 성형외과 원장은 "여름 휴가철인 7월 3주와 4째주, 8월 1주에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데 올해 여름은 환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환자 실종이라는 단어가 쓰일 정도"라며 "직장인들이 휴가 대신 성형을 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형태로 성형외과를 찾던 과거의 트렌드는 올해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우리 병원도 7월과 8월 매출이 거의 마이너스 상태라 애를 태우고 있다"며 "주변의 많은 성형외과가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성형외과의 환자 감소를 사회경제적인 이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성장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게다가  사회가 불안정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움츠러들고 있다는 것. 게다가 올해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무더위까지 성형외과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유령수술로 인한 환자 감소, 결국 약이 될 것
유령수술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면서 중국인 환자가 감소한 것도 성형외과 개원가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만 9481명이었던 중국인 환자가 전년 대비 20% 정도 감소했다. 정부가 떠난 중국인 환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수술 부가세 10% 환급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성장세로 돌려세우는 데 영향을 주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중국인 환자 감소는 곧 회복될 것이란 긍정적인 판단을 하기도 한다. 
서울의 모 성형외과 원장은 "중국인 환자들이 우리나라 성형외과를 찾았던 이유는 중국과 달리 의사를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며 "대형 성형외과 등에서 유령수술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환자의 마음을 떠나게 했고, 정부가 성형 브로커들도 잡아들이는 것도 환자 감소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조정 국면이 끝나고, 성형외과들이 올바르게 병원을 운영한다면 곧 좋아질 것이란 얘기다. 중국 환자들이 한국을 떠난 비싸고 먼 일본을 찾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비만클리닉도 환자 감소 
체형관리 등을 하는 비만 클리닉은 7월과 8월이 정점이라 할 수 없다. 체형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여름 휴가를 떠나기 훨씬 전인 4월과 5월 등에 미리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여름철은 환자가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올해는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김 모 비만 클리닉 원장은 "18년째 비만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병원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나도 느낄 정도로 진짜 힘들다"며 "더위가 오기 전부터 환자가 감소했고, 요즘은 환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엄청난 더위 때문에 환자가 감소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모든 이유는 아닐 것이란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환자 수는 지속해서 감소했는데, 비만클리닉은 오히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라며 "병원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시술 단가는 떨어지고 결국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한다. 
강남의 있는 대표적인 비만 클리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만클리닉은 물론 제모 등 관련 분야까지 환자가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벤트라도 해볼까? 
불황을 극복하려고 많은 병원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름방학 선착순 이벤트, 여름준비 이벤트,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맺고 50% 할인, 140만원에 보톡스, 필러, 스컬트라 등 무조건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 등 내용도 방식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벤트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대형 성형외과 등에서 이벤트를 하는데  환자를 공산품처럼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벤트로 환자가 더 많이 오게 되고, 의사가 바빠지고 결국 상담실장들이 환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하고, 진료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또 "이벤트는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의사가 광고에 매달려 환자를 진료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선진국은 어린 나이의 성형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름방학 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형 이벤트는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병원 경영이 어려울 때 과하지 않은 이벤트 등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마케팅 방법이 중요해지고 있고, 환자를 기만하는 방법의 이벤트가 아니라면 불황을 탈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