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들 아연 불균형 등 자폐증 원인 밝혀, 치료제 개발 가능성 시사

자폐증 치료제 개발에 '실버라이닝(Silver lining)'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연구진들이 불분명했던 자폐증 원인을 잡고 동시에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시사했기 때문.

 

자폐스펙트럼 장애(ASD), 즉 자폐증은 뇌의 발달장애로 인한 질병이지만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했다. 현재까지 유전적 요소,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질들의 비정상적인 농도 등이 보고됐지만 이들 역시 자폐증과 연관 짓기에는 미흡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진들은 '자폐증 환자들은 발달 초기 뇌가 비정상적으로 커진다'는 가설에 초점을 맞춰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여기서 얻은 결과 2가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발표된 내용을 보면 △아연의 항상성이 깨지면서 뇌 크기가 커졌거나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신경망을 가지치기 해주는 과정인 자가포식작용을 비정상적으로 시행했을 때 결국 자폐 증상이 동반된다고 명시했다.

"비정상적인 뇌 발달이 초래한 자폐증"

아산병원 뇌과학교실 윤승용·김동호 교수팀은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 결여와 자폐증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atg7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를 만들어 정상 쥐와 비교·관찰했다. 'atg7 유전자'는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다.

관찰 결과 atg7 유전자 결손 쥐가 유독 사회성 결핍과 특정 행동(대표적인 자폐증상)을 반복했는데, 정상 쥐보다 낯선 쥐를 향한 관심이 떨어졌고 혼자보낸 시간이 많았다.

또 털을 뽑거나, 땅에 물건을 묻는 강박적인 행동도 정상 쥐보다 50% 더 많이 나타났다. 이를두고 연구팀은 atg7 유전자 결손 쥐가 정상 쥐와 비교했을 때 사회성 결핍 위험이 약 1.5배 높았다고 부연했다.

왜 atg7 유전자가 결손된 쥐에서만 이같은 자폐 증상이 동반 됐을까?

연구팀이 atg7 유전자 결손 쥐의 뇌를 해부해 신경망을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를 이어주는 '수상돌기 가지'가 과도하게 많았다. 정상적인 뇌 발달을 위해서는 신경망이 강화되고 불필요한 신경망은 제거되야 하지만, atg7 유전자 결손 쥐에서는 이 같은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윤승용 교수는 "미세아교세포는 뇌 세포의 약 15%를 차지하는 면역세포로 뇌 속 감염이나 손상이 일어났을 때 자가면역세포작용을 통해 필요 없는 시냅스를 먹어치워 없애버리는 역할을 한다"면서 "하지만 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미세아교세포가 없애야 할 시냅스를 완벽히 없애지 못해 불필요한 시냅스가 남아 결국 자폐증 발병 위험도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연 항상성 깨지면 뇌 크기 커지고 결국 자폐 증상 동반"

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뇌신경연구단 고재영 교수팀은 '신경망 가지치기 결핍'에서 더 나아가 '아연의 불균형'에 주목했다. 아연 항상성이 깨지면 뇌 크기가 커지고 결국 자폐 증상을 가져 온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뇌 발달 단계에서 뇌세포 속 아연의 항상성 이상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지 알아보기 위해 아연 조절 단백질(ZnT3) 유전자를 없앤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ZnT3 유전자'가 없는 쥐에서 세포 내 아연의 항상성이 깨져 아연 농도가 증가했다.

이는 세포외 기질을 분해하는 단백효소인 matrix metalloprotease(MMP)를 활성화시키고 신경세포의 성장을 일으키는 신경성장인자인 BDNF도 증가시켜 뇌가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특히 ZnT3가 없는 생쥐는 자폐증 환자에서 동반되는 행동 증상을 보였는데, 이러한 현상은 뇌 크키가 커진 수컷에서만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BDNF의 양도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항생제로 정상 크기 뇌 발달로 회복 가능"

두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생후 초기 자폐 증상을 보이는 영유아에서 뇌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커진다는 사실에 입각해 자폐증도 뇌 속 신경망의 과도한 연결 등으로 발병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치료법 개발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고재영 교수는 아연이 증가해 뇌가 커지는 과정을 억제시키는 기존 항생제인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을 이용한 치료법 개발에 한표를 던졌다.

실제로 고 교수팀이 아연의 항상성이 깨진 쥐에게 미노사이클린을 투여했더니, BDNF의 증가가 억제되고 정상 크기의 뇌로 발달해 자폐 증상 발현을 막을 수 있었다. 현재 미노사이클린은 세포외 기질을 분해하는 단백효소 MMP 활성화를 억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자폐증 원인으로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 결여를 지목한 윤 교수는 결여된 자가포식작용을 증진시켜주는 약물도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이 결여된 생쥐에서 자폐 증상이 동반된 것을 확인한 만큼, 자가포식작용을 증진시켜주는 약물을 이용한 치료법 개발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자가포식작용이 결여된 생쥐모델을 이용해 이들 약물의 효능을 알아보는 연구가 향후 후속연구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국내외적으로 뇌 시냅스의 접착 단백질 및 구조단백질과 자폐증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는만큼, 이를 타켓으로 한 약물도 활발히 개발 중에 있어, 이들의 효능을 비교·분석하는 연구들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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