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악화 관련성 제기됐지만 연관성 없어
8월 18일자 NEJM서 밝혀져

 

해열소염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성인과 달리 어린이들의 천식을 유발하느냐의 문제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때문에 일부 보수성향의 의사들은 천식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다른 의사들은 뚜렷한 근거가 없으므로 처방에 문제가 없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양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의원을 홍보하는 마케팅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어쨌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천식을 비롯해 알러지 등과 관련된 여러가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Lancet에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실리면서 논쟁은 시작됐다. ISAAC(International Study of Asthma and Allergies Childhood)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된 3상연구에서 관련성이 나온 것이다.

이 연구에는 31개국 73개 센터에서 6~7세 어린이 20여만명을 포함됐었는데, 분석 결과 출생 후 발열로 파라세타몰을 사용한 어린이는 그렇지 않는 어린이에 비해 천식위험이 1.5배 증가했다. 특히 사용빈도가 높은 경우 3.2배까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며 용량의존적인 성향도 확인했다. 또한 비결막염과 습진 위험도 일부 관련성이 드러났다.

이 연구가 나오면서 연구팀은 소아기때 파라세타몰 사용은 소아 천식 발현의 위험인자라고 결론내렸고 이때분터 논쟁은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11년 미국 호흡기중환자관리저널에 아세트아미노펜이 사용이 천식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다시한번 나오면서 문제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Am J Respir Crit Care Med 2011; 183: 171-8.)

이보다 앞서 지난 2005년에는 알러지임상면역저널에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알러지 증상과 피부 민감성을 높인다는 자가보고 연구 결과가 실렸고(J Allergy Clin Immunol 2005; 116: 863-8.), 2011년에는 출생 코호트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 조기 또는 늦은 파라세타몰의 노출이 천식과 아토피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나왔다(Clin Exp Allergy 2011; 41: 399-406.).

게다가 무작위 연구의 포스트 혹 분석 결과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한 어린이군에서 이부프로펜보다 천식으로 인한 병원방문 관련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의사들은 아세트아미노펜의 안전성이 입증될때까지 처방을 피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좀더 면밀히 살펴보면, 환자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진행한 연구는 드물고 여러가지 바이어스가 개입된 연구도 많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특성상 윤리성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된 임상연구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연구가 나왔지만 잘 디자인된 연구는 아니었기 때문에 제대로된 근거는 아니라는 지적 많다. 따라서 약물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잘 디자인된 연구가 제기돼 왔는데, 마침 지난 8월 18일자 NEJM에 해당 연구가 실렸다.

아세트아미노펜 vs. 이부프로펜

AVICA로 불리는 이 연구에서는 경증이지만 지속성 천식이 있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에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을 투여해 천식발생위험을 비교한 연구이다.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평행연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2~8주간 워시아웃 기간도 거쳤다. 무엇보다 미국국립보건원이 후원한 연구다.

모두 300명의 어린이(12~59개월) 환자가 참여했고, 이들은 경증 지속성 천식을 동반하고 있었다. 따라서 어린이들은 표준 천식조절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들을 아세트아미노펜군(150명)과 이부프로펜군(150명)으로 무작위로 나눴고,  48주 이후 열 또는 동증경감이 필요할 때 각각의 배정된 약물을 투약했다.

연구에 사용된 약물은 현탁액 시럽으로 서로 다른 회사 제품(메드테크사의 리틀페이버, 화이자의 어린이용 애드빌)을 새로운 용기에 담아, 처방의를 비롯해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도 구별할 수 없도록 했다. 용량 투여 전략은 미국소아과학회 가이드 권고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은 체중 1kg 당 15mg을 6시간마다 투여했고, 이부프로펜은 kg 당  9.4mg을 매 6시간마다 투여하게 했다.

이 연구의 1차 종료점은 전신적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치료(경구, 피하주사, 근육주사)가 필요할 정도의 천식악화 발생률로 정의했다. 아울러 사전에 정의한 2차 종료점은 천식 조절일 비율(응급약물 비사용, 낮시간 천식 증상, 야간 천식 증상이 없는 날), 응급 구제약물(알부테롤) 평균 사용횟수, 갑작스런 보건관리 용품 사용 횟수로 평가했다.

천식악화 발생률 큰 차이 없어

그 결과, 모든 환자에서 두 치료제간 천식 위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 악화 발생 건 수를 분석한 결과, 관찰 46주 이후 아세트아미노펜군에서 어린이당 평균 0.81건이 발생했고, 또한 이부프로펜군에서는 0.87건으로, 두 군간 통계적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상대적 발생률 0.94; 95% CI 0.69 to 1.28; P = 0.67).

연구를 완료한 22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발생건수는 0.74건과 0.70건으로 유사했고, 나아가 연구를 완료한 200명의 환자를 포함해 연구약물 즉, 아세트아미노펜 도는 이부프로렌을 1 도즈 이상 사용한 환자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횟수에 따른 천식 악화도 유사한 것으로 나왔다. 적어도 한번 이상 천식악화를 경험한 비율과 두번 이상 천삭 악화를 경험한 비율은 아세트아미노펜군에서 각각 49%와 21%였으며, 이부프로펜군에서는 47%와 24%로 서로 유사한 발생률을 보였다.

천식 조절일 비율도 아세트아미노펜군과 이부프로펜군 각각 85.8%와 86.8%로 차이가 없었고, 일주일간 알부테롤 응급 구제 흡입기 사용 횟수도 각각 2.8회와 3.0회로 유사했다. 천식 또는 이상반응으로 인한 보건관리 용품 사용 횟수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의 또하나의 주목할 점은 어린이에 많이 사용되는 만큼 이상반응 및 심각한 이상반응이었는데, 두 군간 큰 차이는 없었다. 연구 중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례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W.J. Sheehan 박사팀은 "그간 논쟁이 있었던 해열제의 천식위험을 이번 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브프로펜의 천식악화 위험성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가 주는 주요한 포인트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던 아세트아미노펜과 천식관련 합병증 위험 논란이었는데, 호흡기 질병이 있었을 때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은 이브프로펜 대비 각종 호흡기 합병증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계는 모든 천식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어

다만 이번 연구도 몇가지 한계점은 있다. 소아 경증 천식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모든 나이대와 중등증 천식 등 환자군으로 확대해 일반화 시킬 수 없다는 점이 있다. 또한 천식 조절 치료제와 해열소염진통제간 상호 작용 가능성도 있지만 이부분에 대한 연관성을 찾지 못한 점도 더 해결해야하는 부분이다.

또한 태어나기 전 약물 노출 또는 태어난 후 1년간 약물 노출이 천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그간 궁금증에 대해서도 이번 연구에서는 답을 알 수 없어 향후 보다 많은 모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가톨릭의대 김희진 교수는 "소아에서의 항염증제의 천식위험은 보고가 많은 편은 아니나  이번 연구에서는 서로 기전이 다른 두 약제간 차이를 본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수성이 심환 성인 환자에서는 염증제 천식 위험 가능성은 이미 여러차례 보고돼 왔기 때문에 염증 유발검사를 통해 악화인자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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