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양영구 기자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토론회에 토론자들도, 청중 신분으로 앉은 의료계 대표자들도 적잖이 당황했던 것 같다.

지난 24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치과진료영역 보톡스 시술 허용 관련 토론회에 관한 이야기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의협의 의도는 '치과진료영역에 주름살 시술을 포함시킨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사회적 파장'이라는 주제만 봐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의협은 토론회를 통해 전문가에 의한 진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과 진료영역을 침범한 치과를, 그리고 그에 손바닥을 맞춰 준 사법부를 지적하고 싶었을 게다.

주제발표와 함께 순조롭게 진행되던 토론회는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며 급격하게 반전됐다.

소비자를 대표해 참석한 전문가들의 주장은 의협의 의도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녹색건강연대는 치과진료 영역에 보톡스 시술을 허용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소비자 분야 전문가로 참석한 한 교수는 보톡스 시술을 치과의사가 하든, 의사가 하든 일반 국민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서, 되레 또 다시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시작됐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전했다.

의도와 다른 토론회 전개 때문이었을까? 주제발표에 나섰던 한 의료계 전문가는 국민들의 오해 섞인 시선은 의료계가 대국민 활동을 부족하게 한 결과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청중으로 참여했던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범의료계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고 정리했어야 할 문제를 사법부에 판결을 맡긴데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일반 국민은 의사든 치과의사든 인간의 건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을 두고 서로 양보하고 존중해 온 직역의 불가침의 법칙을 져버린 채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 밥그릇 싸움으로 오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때문에 교수로서 학문에 매진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개원의로서 국민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힘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오해 어린 시선을 바꾸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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