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문을 연지 어느덧 3개월이 되어간다.

입법부는 모름지기 '법률'로서 철학을 실현하는 법. 이에 그간의 입법안을 분석, 20대 국회가 주목하고 있는 보건의료 이슈들을 짚어봤다. 이들은 오늘(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8월 31일 현재 20대 국회에 접수된 계류 의안은 총 1966건, 이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법률은 187건으로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복지위 소관법률은 아니지만 의료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경제 활성화 법안들도 20대 국회에 모두 재발의 됐다.

의료산업은 규제 완화-의료인은 규제 강화

20대 국회 입법현황 중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의료산업 규제 완화다.

19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보건의료산업 활성화 3법'이 20대 국회에 모두 다시 제출됐다.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 의료법 개정안, 의료산업화 논란을 불렀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지역전략산업육성을 목표로 삼는 규제프리존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그것.

정부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 벽오지 주민이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또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등에 동네의원이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률은 의료인-의료인간 원격의료만을 허용하고 있다. 진료의 정확성, 안전성 측면에서 의사-환자간 '대면진료'를 대원칙으로 삼아 왔기 때문인데, 의료계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이 전통적인 대면진료 원칙을 훼손하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과 이학재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관련 규제 완화와 각종 특례제공 등을 통해 산업발전을 지원, 의료서비스를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취지다.

해당 법안들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극과 극. 정부·여당과 산업계에서는 법 개정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야권과 시민사회는 의료영리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 대부분 규제 강화...의료계 반발

   
▲20대 국회 의료법 개정안 주요내용(8월 31일 현재, 법안발의 순) ©메디칼업저버

반대로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규제는 강화 추세다. 31일 현재까지 국회에 접수된 13건의 의료법 개정안 가운데, 7건의 법안이 규제 성격을 띄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의 법안, 비급여 진료비 전면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같은 당 전혜숙 의원의 법안이다.

인재근 의원의 법안은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처분을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의료법상 최고형량인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베이트 수수금지를 규정한 현행 법률에도 불구,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만큼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취지. 의료계는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비급여 진료비 전면공개 및 제증명 수수료 표준화를 주문한 전혜숙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도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의료기관마다 제공하는 비급여 항목명과 항목수가 다르고, 진료내용과 범위도 달라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환자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건 터지면 '규제'...이슈 법안도 봇물

이른바 'ㅇㅇ사건' 재발 방지법안들도 잇달아 발의됐다.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파동 이후 나온 대리수술 방지법, A대학병원 진료거부 논란 이후 나온 의료기관 진료거부 금지법, 병원감염 이슈가 터진 뒤 마련된 의사가운 금지법 등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각각 추진 중인 대리수술 금지법안은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강화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과태료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논란 이후 연이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위반시 처벌규정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김승희 의원안), 3년 이하 징역에 1000만원 이하 벌금(윤소하 의원 안)으로 낮지 않다.

A대학병원 진료거부 사건도 규제 법안으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대리수술 금지법을 낸 김승희 의원과 윤소하 의원이 또 다시 각각 법 개정을 추진 중으로, 진료거부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조치를 신설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 법률은 진료서부 의사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나, 진료거부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가운금지법도 대표적인 이슈법안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가운을 입은 의료인을 포함해, 감염의 매개가 될 우려가 있는 의료기관 물품의 이동을 제한, 금지하는 내용으로 의사가운이 '세균의 온상'이라는 언론보도 이후 나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 자체를 감염매개체로 인식해 법률로 이동제한을 강제화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입법"이라며 "의료인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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