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병원 방문객 관리 시스템 준비 한창

서울의료원이 공공병원 처음으로 운영하는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메르스가 휩쓸고 지나간 이후 병원들은 보호자의 병문안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영 신통치 않은 상태다. 병문안을 줄여야 한다는 안내문을 붙이는 것 이외에는 방문객을 통제할 수 있는 묘안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병원 문화나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바꾸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병문안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서울의료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서비스디자인을 공공의료기관 내에 도입한 것으로 의료와 디자인, 보건, 경영,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혁신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도모하고 있다.

▲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김현정 센터장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의 슬로건은 't.i.d'다. 하루에 약이 처방되는 횟수가 아침, 점심, 저녁 총 3회'라는 의학용어인데 센터에서는  Think, Innovatate, Design의 약자로 사용하고 있다. 

기대 모으는 병원 방문객 관리 시스템 

병원 방문객 관리 시스템도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에서 주도 하고 있다. 10월 말부터 공사가 시작되고, 현재 이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방문객 관리 시스템의 개념은 간단하다. 병원에서 환자가 다니는 통로와 의사가 다니는 통로를 분리하고, 면회는 병실 밖에 따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작업 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은 서울의료원 피부과 의사인 서울의료원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김현정 센터장이다. 김 센터장은 싱가포르의 예를 들었다. 보호자가 병원을 방문하려면 인터넷으로 방문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하고 그 시간이 아니면 방문이 불가능하다. 보호자는 물론 의사도 병원 내부에서 아무 곳이나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다는 것.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싱가포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병원 방문 문화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병원감염에 대한 아픈 경험을 했음에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방문객 관리 시스템은 개념은 단순한데 이를 실행하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고민이다. 

김 센터장은 "방문객을 관리 하려면 우선 드나드는 출입문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환자와 의사, 직원들의 동선을 파악한 후 이를 분석해야 한다"며 "문을 막으면 환자와 의사, 보호자 등이 드나들 수 있는 '태그'도 필요하다. 일일이 사람이 열어줄 수 없으니 IT 기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서울의료원에 간병인이 없는 상태라 방문객 관리 시스템을 시도하기 좋은 조건을 가졌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하지만 걱정도 많다고 토로한다. 출입문을 닫지 않은 상태라 어떤 일이 발생하질 알 수 없고, 어떤 불편함이 드러날지 예측할 수 없어서란다. 

위치인지 프로그램 준비 중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가 준비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환자가 병원 원하는 곳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환자 '위치인지프로그램'이다. 환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길을 잃으면 아무리 좋은 진료를 제공해도 서비스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 센터장은 "환자가 병원 내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단순히 안내판을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 병원 건축하는 전문가, 인지심리 전문가 등 다학제로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의 장례식을 다시 디자인하자' 워크숍을 준비하는 과정  

최근 서울의료원은 장례식 문화를 바꾸는 시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의 장례식을 다시 디자인하자' 시민 참여 워크숍이 바로 그것이다. 

이 워크숍은 허례허식적인 장례절차를 벗어나 고인에 대한 추모, 유가족에 대한 위로, 조문객에 대한 감사 등으로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다. 25세부터 65세까지로 구성된 시민자문위원단 40명은 연령별로 8명씩 총 5개조를 이루어 사전에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SNS, 면대면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된 키워드를 주제로 자신이 생각한 본인의 장례식에 대해 발표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현재 장례문화 개선을 위한 이상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예쁘게 하는 것이 서비스 디자인 아니다" 

▲ 서비스디자인

김 센터장은 서비스 디자인이 단순하게 병원을 예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또 당장 눈 앞의 효과보다는 5년 후를 내다보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센터장은 "메르스 때 서비스 디자인을 도입해 이미 효과를 알게 됐고, 앞으로도 역할이 클 것"이라며 "서울의료원에서 시도하는 많은 도전이 잘 정착되고 운영돼야 나머지 13개 시립병원에도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어 부담감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디자인은 최고경영자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시적인 수익과는 거리가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가 생각이 없다면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서울의료원은 여러 면에서 서비스디자인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졌다"며 "나 자신이 오랫동안 의료원 내부에서 일해와 조직구성원에게 거부감이 없고, 서비스디자인에서 최고라 불리는 팽한솔 팀장 등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와 팀을 꾸렸다. 서울의료원에서 격이 높은 진료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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