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브레이트, 중성지방 조절·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선진국에서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심혈관 위험요인이 변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내 고혈압 유병률은 크게 변하지 않는 반면 이상지질혈증은 증가하고 있어 이를 조절하는 치료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이상지질혈증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고지혈증보다는 저HDL콜레스테롤혈증과 고중성지방혈증이 동시에 보이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점에서 통합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전략이 필요하다.

영남의대 윤지성 교수(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를 만나 이상지질혈증 진단과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 영남의대 윤지성 교수(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국내 이상지질혈증 진단 기준은?

국내 이상지질혈증 진단 가이드라인에서는 20세 이상 성인의 경우 4~6년마다 9~12시간 공복 후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장한다. LDL 콜레스테롤이 160mg/dL 이상이거나 콜레스테롤약을 복용 중이면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이면 고중성지방혈증, HDL 콜레스테롤이 40mg/dL 미만이면 저HDL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중심으로 이상지질혈증을 다루고 있다. 

- LDL 콜레스테롤과 함께 중성지방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급성췌장염의 약 10%는 고중성지방혈증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중성지방이 500mg/dL 이상인 경우 급성췌장염 위험이 증가하므로 즉각적인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또 스타틴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충분히 낮춘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심혈관질환의 잔존 위험도 때문에 고중성지방혈증의 조절이 강조된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관리가 중요하다. 제2형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 등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에서 중성지방이 증가하는데, 이는 HDL 콜레스테롤 감소뿐만 아니라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oxidized small dense LDL을 증가시켜 죽상경화증을 악화시키므로 문제가 된다.

- 치료에 스타틴 단독요법을 권고한다. 효과와 한계점은?

이상지질혈증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인자는 LDL 콜레스테롤 감소다. 메타분석에 따르면 스타틴 투여 시 LDL 콜레스테롤이 39mg/dL 감소할 때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0%, 심혈관질환이 23%, 뇌졸중이 17% 감소했다. 다시 말해 스타틴은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의 일차 선택 약제이며,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면서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서양인과 비교해 같은 용량의 스타틴을 투여해도 LDL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우수하다. 하지만 스타틴 단독요법만으로 심혈관질환을 완전히 예방하지 못하고, 목표치에 도달한 후에도 여전히 심혈관질환 위험이 남아있어 문제다. 그래서 고중성지방혈증 및 흡연 등 다른 위험인자의 교정이 필요하다. 

- 스타틴만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의 특징은 어떤가? 치료전략은?

약물 순응도가 문제인 경우가 가장 많으므로, 투약 전 환자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외 갑상선 기능저하, 신증후군, 담즙정체 및 지질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약물 투약력과 유전적 문제 등 2차성으로 발생한 이상지질혈증은 스타틴만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상지질혈증의 기본 치료는 식이요법, 운동, 금연 등 생활습관 교정이다. 하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임상에서는 약물치료의 중요성을 좀 더 강조하고 있다. 스타틴을 투여할 수 없거나 스타틴 내약성이 나쁜 경우 또는 스타틴을 투여해도 LDL 콜레스테롤이 목표치 미만으로 감소되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약제와의 병용을 고려해야 한다.

- 중성지방 조절이 필요할 때 스타틴과 병용할 수 있는 약물은?

비스타틴 계열인 피브레이트, 니코틴산, 오메가-3 지방산을 병용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피브레이트다. 주로 간에서 지단백 대사를 조절하는 PPAR-alpha 전사 과정을 변화시켜 지단백의 지질분해를 증가시킨다. 때문에 중성지방을 20~25%가량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고, HDL 콜레스테롤을 10~15% 정도 증가시킨다. 즉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니코틴산은 지방조직에서 지방 분해를 억제해 혈청 지방산 농도를 감소시켜 혈청 중성지방 농도를 낮춘다. 그래서 고중성지방혈증 일차 치료제로 투여 가능하다. 하지만 간 기능 이상, 혈당 상승, 고요산혈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지방산 분해를 촉진하고 중성지방 합성을 줄이며, 장으로 분비를 촉진해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지질개선 효과가 우수하지는 않다.

- 스타틴과 피브레이트 병용전략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ACCORD-LIPID 연구가 대표적이다. 해당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 5518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심바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 투여군은 심바스타틴 단독 투여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생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당뇨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에서는 심바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 투여했을 때 심혈관질환 발생이 30% 감소해 병용전략에 힘을 실었다. 또 당뇨병성 망막병증 발생을 의미 있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ACCORD-LIPID 연구는 당뇨병 환자가 혈당 및 생활습관을 교정하면서 스타틴 치료를 받은 후에도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다면, 피브레이트를 병용하는 것이 중성지방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 임상에서의 이상지질혈증 관리는?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선별검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성인에서 4~6년마다 공복 후 지질검사를 시행해 이상지질혈증을 정확하게 진단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지질혈증 개선을 위해선 생활습관 교정 및 약물 복용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노력이 필요 시 주기적인 재평가를 통해 필요하면 약제 변경 또는 추가 병용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국내에 적합한 진단 및 치료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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