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도 후보물질 12%만 3상 진행...“R&D,글로벌 마케팅 등 유기적 움직임 필요”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리타 관련 이슈가 제약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식약처 국정감사는 올리타 허가부터 안전성 조치까지 중증피부이상반응 부작용을 둘러싼 의혹과 해명이 거듭되며 진실게임을 방불케 했다. 이 같은 상황이 국내 신약개발 환경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임상 초기단계에서 이뤄낸 기술수출에 미리 축배를 들고 과도한 기대를 한 것이라는 반성과 함께 냉정을 되찾을 때라는 조언도 나온다. 올리타 사태로 신약개발 빛과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한미약품'휘청'
 

국내 바이오제약 시장 규모는 약 19조원으로, 10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2% 미만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제약산업이 진정한 차세대 신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약개발이다. 

다만, 국내사들은 유망한 신약후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글로벌 신약개발 및 진출을 위해 임상 단계까지 가는데 필요한 경험 부재 및 자본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갖고 있어 단독 개발보다는 개발 초기단계에서 빅파마나 해외 벤처회사에 라이선스 아웃해 안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나 신약 기술을 이전하면 해외 파트너사가 개발을 전담하기 때문에 그들의 개발 진행과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단점이다. 올리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베링거인겔하임은 한미약품 측에 폐암 표적치료제 올무티닙의 글로벌 임상 중단과 기술이전 계약을 반환하겠다고 통보했다. 베링거는 "올무티닙의 모든 임상데이터 재평가, 폐암 표적항암제의 최근 동향과 미래 비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7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계약 수출 규모도 규모지만, 최초의 글로벌 신약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던 만큼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컸다. 

그러나 기술수출 신약의 시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 비만치료제 '벨로라팁'의 개발 중단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 제약사 자프겐이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벨로라닙의 임상을 중단하고 새로운 물질 개발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 

자프겐은 2009년 종근당으로부터 라이선스 인한 벨로라닙으로 프래더윌리증후군, 고도비만치료제, 시상하부 손상으로 인한 비만 등 3가지 치료제로 개발해 왔다. 그러나 2015년 프래더윌리증후군 임상에서 2명이 사망하면서 임상이 중지됐다. 프래더윌리증후군은 고위험군 질병인데다 임상시험 도중 사망한 환자와 벨로라닙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은 중단되더라도 고도비만치료제로의 개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이 마저도 드롭됐다. 

뿐만 아니라 앞서 2010년 LG생명과학은 간질환치료제 Caspase를 길리어드로 기술수출했지만 C형 간염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임상2b에서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임상이 중단됐으며, 동화약품은 미국P&G사와 골다공증치료제 수출계약을 맺었지만 2009년 P&G사의 전문의약품 사업부가 워너칠콧사에 인수된 후 개발이 중단됐다. 

부광약품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도 파마셋이 3상과정에서 근육병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임상을 중단했고, 일양약품은 놀텍의 미국 임상을 진행하던 탭사가 임상3상 진입단계에서 포기를 선언한 비보를 접했다.

빅파마 연구개발 생산성 급감
투자 효과 극대화하기 위해 상업적 성공 가능성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

 

사실 신약개발에 있어 임상 실패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미국바이오협회가 발행한 임상단계별 성공률(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 2006~2015)에 따르면 모든 의약품 후보물질의 임상1상부터 품목승인까지의 성공률은 9.6%에 그쳤다. 임상 1상 성공률과 2상 성공률은 각각 63.2%, 30.7%로 조사됐다. 임상3상 성공률은 58.1%로 나타났다.

빅파마 14개사들의 2005년에서 2009년 동안의 신약개발 활동을 조사했을 때, 임상 1, 2상에 있는 후보물질의 88%는 임상 3상 진입에 실패했다. 특히 임상 2상으로 진입한 물질의 경우 25%만이 임상 3상 진입에 성공하고 75%는 개발이 중단됐다(NATURE CHEMICAL BIOLOGY).

빅파마가 이처럼 GO와 STOP을 결정하는 데는, 임상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 발견 및 제한된 자원으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발굴해 집중 투자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조기에 중단함으로써 높은 개발 비용을 줄여나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처럼 '라이선스 아웃'한 품목이 임상과정에서 드롭되는 것에 대해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매년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연구개발비로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연구개발 생산성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어 전략과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신약후보 물질이 과학적 평가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상업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려 개발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어려움이 부각됐지만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개발 대표주자인 한미약품 올리타의 글로벌 신약 도전은 사실상 좌절됐지만 국내 제약업체 연구개발 역량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신약개발은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축될 것 없다”…신약 파이프라인 임상 ‘순항’ 중

올 초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내세운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도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제약사 및 증권가 자료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 하반기에 6개 약물이 임상에 들어간다. 당뇨병치료제 Efpeglentide는 임상 3상을 시작하며, HM12470(인슐린)과 HM12525(GLP/GCG)는 임상 2상, 퀀텀프로젝트(인슐린 콤보)는 임상 1상, HM95573(RAF Inhibitor)와 HM71224(BTK Inhibitor)는 임상 2상을 미국에서 진행한다. 앞서 상반기에는 Eflapegrastim(호중구감소증)과 포지오티닙이 각각 임상 3상과 임상 2상에 들어갔다. 

동아에스티는 DA-9801(당뇨병성신경병증 천연물)의 임상 3상(US), DA-3880(아라네스프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EU), DA-1229(NASH치료제, CVC복합제) 임상 1상(US), DA-1241(당뇨병치료제) 임상 1상, DA-9805(파킨슨병) 임상 2상(US), DA-8010(과민성 방광 치료제)의 임상 1상(EU) 일정이 올 하반기에 잡혀 있다. 

종근당은 올 하반기 혈액암치료제 CKD-581, 고형암치료제 CKD-516, 이상지질혈증약 CKD-519 등이 임상 2상을 시작하며 RA치료제 CKD-506이 임상 1상에 진입한다. 헌팅턴병 치료제 CKD-504는 하반기 전임상 종료 예정이다. 

대웅제약의 보톡스 바이오시밀러 나보타는 미국에서 3개의 임상이 완료됐고, 올해 말 최종 임상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퇴행성디스크주사제 임상 3상을 내년 상반기에 계획하고 있으며, JW중외제약은 지난 상반기에 임상 1상을 종료한 급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의 임상 2상을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어렵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며 "한미약품만 겪는 어려움이 아닌 만큼 국내사들이 신약개발 도전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신약에 도전한다면 R&D와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임상 2상에서부터 연구개발팀과 글로벌 전략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경제성 평가 및 미래 시장에서 경쟁제품과 차별화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다면 글로벌 상용화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