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스기념병원, 호텔롯데에 인수될 가능성 커져 .... "본질에 충실해야" 목소리도

보바스기념병원 전경 

재활병원의 새로운 롤모델로 거론되던 보바스기념병원 매각이 결정되면서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 

보바스기념병원은 늘푸른의료재단이 지난 2006년 영국 보바스재단으로부터 명칭을 받아 어린이병원·국제병동까지 총 600여 병상으로 확대하면서 주변의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병원 인지도도 높고 병상 가동률이 90% 이상 달해 여러 곳에서 닮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했다. 게다가 연 40억원대의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어 모두 부러워하는 병원이었다.

불행의 시작은 부동산 투자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병원 근처에 실버타운에 손을 대면서 경영난이 시작됐고, 지난해 9월 결국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병원 자산은 1013억원, 부채는 842억원이다. 채무 변제 이후 자본금 무상출연 등을 고려하면 인수 가격은 1000억~1200억원대로 추정된다.

매각 결정 이후 보바스기념병원 예비입찰에서 관심을 보였던 양지병원, 부민병원, 인천사랑병원 등이 빠지고 13일 진행된 본입찰에는 호텔롯데와 야쿠르트 등 4개 기업이 참여해 결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보바스기념병원 매각 안타깝다"

의료계에서는 보바스기념병원 매각에 관해 안타깝다는 의견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보바스기념병원 매각은 정말 아깝다. 기업이 인수하면 원래 병원이 지켜왔던 철학이나 가치대로 병원을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에 어린이재활치료를 제대로 하는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보바스병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대한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은 "보바스기념병원 550병상 중 150병상이 재활병상이다. 수익이 안 나지만 재활이라는 치료적 가치를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며 "재활치료를 잘하면 중증도가 낮아져 수가가 떨어지는 우리나라 수가체계는 정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은 소아재활 등에서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소아재활을 꿋꿋이 지켜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신종현 보바스어린이의원 원장은 "2014년 8월 이후 어린이재활병원을 의원으로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수익 때문에 많은 사람이 소아재활을 그만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당시 경영진은 법인이 추구하는 방향에서 소아재활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면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2006년 90병상의 어린이병원으로 개원했지만 2015년 말 현재 29병상으로 축소됐다. 1년에 2~3억 정도 적자를 보면서 소아재활의원을 지탱하기는 쉽지 않다"며 "재활수가가 낮고, 요양병원도 많이 생기는 등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패착은 부동산 투자 

보바스기념병원 매각의 원인으로 부동산 투자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병원의 또 다른 수익창출 방안으로 병원 근처에 실버타운 '더 헤리티지(390세대)'와 요양원 '더헤리티지너싱홈(280실)'을 짓고 분양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는 분석이다. 

▲ 더 헤리티지와 더헤리티지너싱홈 전경

더 헤리티지와 더 헤리티지너싱홈은 병원 경영진 생각과 달리 초기 분양률 30%를 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까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다. 결국 병원 매각이라는 결정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재활병원이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보바스기념병원은 잘 꾸려오고 있었다"며 "매각이라는 상황까지 가게 된 것은 더 헤리티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 했다. 

병원 컨설팅 한 관계자도 부동산 투자를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많은 원장이 병원 수익을 위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남들은 쉽게 돈을 번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실패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 투자로 인한 실패라는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보바스병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병원측 한 관계자는 "직접적 매각 원인은 박성민 전 이사장의 배임에 의해, 박성민 개인회사 (서우, 서우 로이엘 등)에 연대 보증 등에 휘말려 운영상의 차질이 생긴 것"이라며 "보바스기념병원(늘푸른의료재단)명의로 부동산 개발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늘푸른의료재단의 정상적인 이사회 의결을 통하지 않고, 연대보증을 책임을 지게 했기에 배임에 대한 부분을 현재 소송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진출 시도로 경영난 가중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당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생존을 위한 전쟁터이다. 우리나라도 빨리 준비를 해야 한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됐던 한 컨퍼런스에서 보바스기념병원 이사장이 우리나라를 벗어나 중국 등 해외진출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한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보바스병원은 중국 진출로 인해 병원이 더 어려워졌다. 무리한 투자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보바스기념병원은 중국 장쑤성 이싱과 산둥성 옌타이에서 각각 한국형 노인·재활병원의 본격 운영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싱 보바스병원은 526병상 규모의 재활전문병원과 440병상 규모의 최고급 요양시설을 갖춘 병원이었다. 중국측 사업자인 중대지산그룹으로부터 컨설팅 수수료와 위탁운영수수료, 브랜드 사용료 등을 받을 예정이었다. 

▲ 올해 6월 진행된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 현판식 모습

올해 6월에는 중국 루예그룹과 공동으로 산둥성 옌타이시에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를 설립하고 현판식을 개최했다. 루예 보바스 재활병원은 지하 1층, 지상 9층, 총 101병상 규모다. 

중국 진출을 시도한 많은 병원이 빈손으로 돌아왔듯 보바스병원 중국 사업도 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가 됐고, 그러는 사이 병원 경영상태는 악화됐다. 

중국 진출과 관련 보바스병원 측은 다른 병원들의 중국 진출 모델과 달리 재무적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 경영을 악화시켰다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보바스병원측 관계자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중국 진출 사업에 있어 기본 전제 사항은 재무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을 준수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라며 "중국 산둥성 옌타이 프로젝트는 위탁 운영 관리비와 브랜드 사용료에 해당하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추가 수익들은 현재까지는 재무적인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성공시킨 유일무이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보바스기념병원 매각 원인을 두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하지만 왜 보바스병원이 매각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분석은 하나로 모인다. 본질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것. 

엘리오앤컴퍼니 한 관계자는 맥도날드가 2013년, 2014년 매출과 이익률이 떨어져 이를 만회하려고 빵을 바꾸고, 커피도 맥카페로 바꾸고, 메뉴도 확대하는 등 변화를 꾀한 예를 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는 "맥도날드 매출은 이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며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낮은 가격에 빨리 먹으려고 맥도널드를 찾는데 빵을 바꾸면서 가격을 더 올리고, 더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까 매출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본질을 잊은 것"이라고 말했다. 

보바스기념병원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병원이라는 본질을 잊고 실버타운 분양 등에 손을 대면서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잊었다는 것. 

그는 "보바스병원이 삼성이 만든 삼성노블카운티보다 더 고급스러운 실버타운을 만들면서 병원이 지켜야 할 본질을 넘어섰다. 시니어스타워가 성공한 원인은 병원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만일 헤리티지 분양이 잘 됐다 하더라도 잘 운영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또 다른 관계자도 같은 맥락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병원이 자신이 가진 핵심역량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의료와 동떨어진 부동산 투자 등으로 수익을 추구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결과물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의료계에 안타까움과 교훈을 동시에 주고 있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새로운 주인은 오는 11월 결정된다. 19일 현재 호텔롯데가 보바스기념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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