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발병 위험 있지만, 고용량 복용, 고령자만
최유제 논란? 캐나다…지침서에 따라 안전하게 사용 권고

구역·구토 치료제 돔페리돈(domperidone) 위험성 논란을 두고 복지부와 의료계가 의견 대립을 넘어 감정 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돔페리돈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국내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복지부 입장에 의료계는 저용량 돔페리돈 처방이 안전하게 이뤄지는 상황에 정부가 오히려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맞받아 치고 있기 때문이다.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임산부 금기 약물인 돔페리돈은 미국 FDA가 12년 전 생산·판매를 중단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한 약물임을 밝히며, 식약처 역시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이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모유수유의사회는 물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직접 나서 돔페리돈 부작용 논란을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돔페리돈은 진짜 위험한 약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돔페리돈 복용 시 심각한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부작용 논란의 시작은 2004년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돔페리돈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했던 때로 거슬로 올라간다. FDA는 돔페리돈 안전성 관련 논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심부정맥, 심정지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하에 돔페리돈 생산과 판매를 모두 금지시켰다.

이후 영국, 유럽 당국 역시 돔페리돈이 함유된 모든 정제의 안전성 조사를 했고, 결과는 "돔페리돈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였다. 하지만 발표된 부작용 사례들을 보면 상당수 허가된 사항을 벗어난 약을 사용한 경우였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심장질환 유발 위험 있다…단 60세 이상 고령 또는 고용량 복용 환자

이는 2012년 7월 캐나다 보건당국이 돔페리돈의 심각한 부작용 유발 가능성을 경고함과 동시에 발표 성명에 첨부한 연구결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2010년 네덜란드 연구진이 돔페리돈 복용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일 적정 복용량(30㎎) 이상을 처방받은 환자에서 심장질환 발병 또는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adjusted OR 11.4; 95% CI 1.99, 65.2]. 이들은 매일 30㎎보다 2배 많은 60㎎ 이상 복용했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Drug Saf. 2010 Nov 1;33(11):1003-1014].

캐나다 사스케츄완(Saskatchewan) 보건당국이 직접 실시한 돔페리돈 안전성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돔페리돈 복용 후 심장질환 관련 위험이 높아진 환자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환자 또는 약물을 과다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adjusted OR 1.64 ; 95% CI 1.31, 2.05].

2014년 5월 영국 정부도 캐나다 당국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60세 이상이거나 돔페리돈 1일 복용량 30㎎ 이상을 복용한 환자들에서 심장질환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또 강력한 CYP3A4 저해제를 돔페리돈과 병용 투여 중인 환자도 포함됐다[Drug Safety Update volume 7 issue 10, May 2014:A1].

현재 돔페리돈은 크게 돔페리돈 정제와 돔페리돈 말레산염 정제로 나뉘어, 오심 구토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처방되고 있다.

식약처의 권고안에 따르면 성인 및 청소년(12세 이상 35㎏ 이상)은 돔페리돈을 1회 10㎎(레보도파 투여시 5㎎)을 1일 3회 식전에 경구투여하도록 했고, 1일 최대 복용량은 30㎎으로 지정했다. 특히 1주일을 초과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투여 금지 대상에는 △CYP3A4 저해제를 비롯한 QTc 간격을 지연시키는 약물을 병용 투여중인 환자 △위장관출혈, 기계적 폐쇄증 또는 천공을 동반한 환자 △프로락틴분비종양 환자 △중등도~중증 간장애 환자 △임산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 △수유부 등이 있다.

아울러 QTc 같은 심장전도 간격 연장이 보이거나 전해질 불균형을 동반한 환자, 심부전과 같은 심장 기저질환 환자도 약물 복용을 금했다. 돔페리돈이 유당을 함유하고 있는 만큼, 유당 불내성, 갈락토오스 불내성, 유당분해효소 결핍증 또는 포도당 흡수 장애 등의 유전적 문제를 동반한 환자도 투여 금지 대상이다.

캐나다 사례로 보는 최유제 안전성 논란

이번에는 임산부 또는 수유부에서 처방되고 있는 돔페리돈이 '진짜' 부작용 위험이 크지 않냐는 부분이다.

실제로 2004년 7월 FDA는 돔페리돈의 판매 중단 철회를 내림과 동시에 일부 국가에서 약물을 수유 여성의 모유 촉진 목적 사용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성명서를 추가로 낸 바 있다.

캐나다 국제모유수유센터가 발행한 돔페리돈 관련 지침서 역시 유즙분비 과다 가능성은 언급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뇌하수체에 젖분비 호르몬인 프로락신(prolactin)이 증가하면서 유즙분비도 과다하게 생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침서는 "다수의 연구결과에서 돔페리돈이 모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안전한 약으로 입증됐다"면서 "또 일부 돔페리돈을 복용한 산모의 태아가 체중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는데, 이는 돔페리돈 때문이 아닌, 소화기관용약인 시사프라이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즉 돔페리돈은 시사프라이드와는 기전부터 다른 약물이라는 것. 현재 시사프라이드는 심각한 심장질환 관련 부작용 유발시켜 퇴출된 상태다.

이어 지침서는 돔페리돈에서 동반되는 소소한 부작용(두통, 월경불순, 복부경련 등)은 약물 효능을 발휘할 만큼의 약물 용량이 뇌 조직에 제대로 투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시말해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캐나다는 돔페리돈이 최유제 적응증은 따로 없는 상태지만, 처방이 절대적으로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필요 시 임산부 또는 수유부에서 저용량 돔페리돈을 소화기 증상 및 최유제로 처방하고 있으며, 출산 후 1주에서 4주 후에 약물 복용을 중단토록 권고하고 있다.

한편 식약처는 돔페리돈 투여 금지 대상에 임산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과 수유부를 포함시킨 상태이며, 돔페리돈의 관련 부작용 중 유즙분비가 과다로 발생한 비율이 1% 정도로 확인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산부에서 약 사용에 대한 시판 후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돔페리돈은 모유를 통해 분비되며, 신생아들은 산모의 몸무게에 맞게 조절된 용량의 0.1% 미만을 수유 받는다. 모유수유를 통한 노출 후에는 부작용 특히 심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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