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과학회, "뇌질환 관련 우울증 치료, 신경과에서 SSRI 처방하도록 풀어달라"

▲ 대한신경과학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신경과가 SSRI를 처방할 수 있도록 보험 급여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치료제 처방 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대한신경과학회의 8년간 마라톤이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계속됐다.

지난 4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측은 "환자를 생각해서 신경과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처방할 수 있도록 보험 급여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정신과에서 진단하는 특발성 우울증이 아닌, 뇌전증·파킨슨병 등 기질적 뇌질환 환자에게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라고 제한했다. 

국립의료원 고임석 교수(신경과)는 "뇌졸중·뇌전증·치매·파킨슨병 등의 뇌질환이 있는 신경과 환자들은 우울증에 취약하다"면서 "뇌질환과 관련된 경미한 우울증만이라도 신경과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SSRI 보험 급여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학회 측은 이러한 주장이 신경과 의사들의 이익이 아닌, 환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박성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는 "뇌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 우울증치료제를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한 번 더 방문해야 하고, 이때 보호자도 동행해야 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전범석 교수(서울대병원 신경과)는 "의사 입장에서는 정신과에서 우울증을 치료하고 신경과에서 다른 질환을 치료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신경과 환자들에게 우울증을 정신과에서 치료 받고 다시 신경과에 오라고 하면 답답해한다. 그래서 교수들에게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신과에서 예상하지 못한 약을 처방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전 교수는 "환자들이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왔는데, 신경과에서 원하지 않은 약을 처방받아 오면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우울증치료제만 처방받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여러 가지 약을 처방받아 오면 문제가 된다는 것. 이는 진료과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뇌질환이 있는 환자의 우울증을 잘 치료할 수 있는 분야도 신경과라고 힘줘 말했다. 

전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 중 50%에서 우울증이 나타난다. 우울증은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지지요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파킨슨병 등의 뇌질환이고, 이를 잘 알고 있는 의사가 신경과 의사다"고 강조했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제한 없는데, SSRI는 왜?"

이와 함께 학회는 국내 우울증치료제 처방 기준이 일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제의대 홍근식 교수(일산백병원 신경과)는 "SSRI와 달리 삼환계(TCA) 항우울제는 투여 기간에 제한이 없다"며 "우울증치료제인데 기준이 다르다. 논리가 맞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급여기준을 살펴보면, TCA 항우울제는 투여 기간을 제한하지 않는다. 하지만 SSRI는 비정신과 의사들의 처방 일수를 60일로 제한하고 있다.

전 교수는 "SSRI는 TCA와 비교했을 때 심장에 부담이 적고 입이 잘 마르지 않는 등 부작용이 훨씬 적다"며 "이러한 부작용은 기질적 뇌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들에게 주로 나타나고 흔히 신경과에서 볼 수 있다. 때문에 신경과에서 SSRI를 처방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뇌졸중·파킨슨병이 있는 고령 환자들은 2차적으로 우울증이 나타났을 때 TCA로 치료받을 경우 심장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면서 "환자를 생각했을 때 TCA보다 부작용이 적은 SSRI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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