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원인 대비 교통사고 상대적 위험도 낮아
대한뇌전증학회 "1년 발작 없으면 면허 취득할 수 있도록 제안"
나아가 4일 열린 미국간질학회(AES) 연례학술대회 포스터세션(Poster 2.276)에서는 뇌전증 환자가 운전 중 견딜 수 있는 발작이 짧게 나타나면 교통안전에 문제없다는 연구가 공개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미국 예일 의과대학 Hal Blumenfeld 교수는 "운전 중 발작이 길게 나타났을 때만 교통사고 위험이 높았다"면서 "이번 결과는 의사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환자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뇌전증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1~10시간 운전 시뮬레이션을 받는 동안 나타난 발작 및 교통사고 위험을 평가했다. 이들은 운전 중 발작이 있어도 견딜 수 있다면 운전을 계속하도록 주문받았다.
최종 결과, 충돌하지 않은 군의 평균 발작 시간은 23초였다. 반면 사고가 난 군에서 발작이 평균 80초간 이어져, 발작 시간이 길어질수록 교통사고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Blumenfeld 교수는 "평균 발작 시간과 운동기능 손상 또는 의식장애가 운전 시 안전에 영향을 준다"며 "모든 뇌전증 환자의 운전면허 취득을 금지해선 안 되며, 운전해도 안전한 환자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스탠포드의대 Robert Fisher 교수는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뇌전증 환자가 운전 중 사고를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불평등한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면서 "뇌전증은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 아니며, 일정 기간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면 사고 위험이 낮다고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운전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운전 중 발작 발생 시 교통사고의 위험을 처음으로 분석한 연구다"며 "운전 중 모든 발작이 사고를 유발하지는 않음을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년간 발작 없으면 면허 취득할 수 있도록 제안"
이렇게 뇌전증은 다른 원인과 비교해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도가 높지 않으며, 모든 발작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탄탄히 다져졌다. 이에 외국에서는 뇌전증 환자의 운전면허 취득 기준을 최소 무증상 기간으로 제시해 운전을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운전면허 취득기준에서는 뇌전증을 결격 사유로 규정한 상황이다.
홍 교수는 "미국 대부분 주에서는 뇌전증 환자가 최소 3~6개월 동안 증상이 없으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기간 규정 없이 의사 소견서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지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총 51개주에서는 운전면허를 받는 데 필요한 최소 무증상 기간으로 △3개월(12개주) △6개월(23개주) △1년(4개주) △의사 결정에 따름(12개주)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뇌전증 환자가 6개월에서 1년 동안 발작이 없었다는 것은 치료가 잘 됐다는 의미"라며 "이에 대한뇌전증학회는 1년간 발작이 없으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경찰청에 제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수면 중에만 발작이 나타나는 경우와 의식장애 없이 손발을 가볍게 떠는 등 운전을 방해하지 않는 경미한 단순부분발작 환자도 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제언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