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만 씨 등 보안손님으로 청와대 방문...주치의-의무실장 없이 단독 진료도
와이제이콥스 외면한 진흥원장 "윗선지시"로 사직...전상훈 등 분당 3인방 특혜 의혹도

▲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 출석한 의료계 증인들 <사진제공=국회>

김상만 전 청와대 자문의와 김영재 원장이 일반인 신분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진료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른바 보안손님 자격으로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는데, 둘 모두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하거나, 대통령에 진료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선진료 의료인·의료기관과 주변에 대한 특혜 요구와 그에 따른 인사전횡 정황도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김상만-김영재, 일반인 신분으로 대통령 진료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4일 3차 청문회를 열어, 진상규명 작업을 이어갔다. 이날 청문회에는 비선의료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는 김상만 전 차움의원 의사,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과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증언을 종합해보자면,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는 자문의 임명 이전을 포함, 수차례 청와대 관저에 들어가 박대통령에 태반주사 등의 처방을 한 사례가 있다고 확인했다. 자문의 임명 이전이라면 일반인 신분이다.

김 전 자문의는 "자문의 임명 전에도 2~3차례 청와대 관저에 들어가 진료를 본 사례가 있다"며 "(대통령에)항산화제인 글루타치온과 태반주사인 라이넥, 고용량 비타민과 지용성 비타민인 마늘주사 등을 처방한 바 있다"고 말했다.

▲ 김상만 전 청와대 자문의(오른쪽) <사진제공=국회>

주사제 처방 이유에 대해서는 "보통 의사들은 병을 치료하지만 저는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전공"이라며 "노화나 만성피로가 있을 때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는 비타민을 처방하기도 한다. 그런 차원에서 처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재 원장 또한 청와대 관저에서 대통령 진료를 본 사실이 있다고 확인했다. 피부트러블 등을 봐주기도 했지만, 필러 등 미용시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영재 원장은 "2014년 2월부터 청와대 요청으로 관저에 들어가 진료를 했다. 처음에는 (얼굴) 흉터부위가 감각이 없고 경련이 일어 한 번 봐달라는 취지의 요청이 있어 (청와대에 들어가 진료를 했고), 이후에도 피부트러블이나 붓기 제거 등을 위해(진료를 봤다)"고 설명했다.

▲ 김영재 성형외과 김영재 원장 (오른쪽) <사진제공=국회>

"극약 가지고 들어갔어도...." 대통령 망친 보안손님

이들은 이른바 보안손님 자격으로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진료내용을 주치의나 의무실이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실제 김상만 전 주치의와 김영재 원장 모두 이날 증언을 통해 왕진가방을 소지하고 신분증 등의 확인 없이, 간단한 검문 후 부속실 직원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상만 전 자문의의 경우 주치의와 의무실장이 동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진료를 한 사실도 인정했다.

김 전 자문의는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한 것 같다. 서창석 주치의 시절부터는 그렇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원호 대통령경호실 전 의무실장은 "의무실장이나 주치의가 배석한 상태에서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진료선택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대통령 진료에 관한 사항이 국가적 사안이 아닌 개인의 선택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해석이어서 청와대 전 의무실장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들이 극약을 가지고 들어갔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라며 "사적인 이유로 당연히 지켜져야 했을 보안절차들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경호상 완전히 노출됐다. 대통령 보안손님이 아니라 대통령을 망친 손님"이라고 질타했다.

세월호 당일 진료 없었다...주사제 중독 가능성도 일축

이들은 각각 대통령에 대한 진료를 시행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프로포폴 등 향정약에 중독되었다거나, 세월호 참사 당시 미용 혹은 주사제 시술을 받고 있었을 것이라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김상만 전 주치의는 처방한 약들에 중독성이나 의존성을 가지는 것이냐는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의 질의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월호 당일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있으냐는 질문에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재 원장 또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갔거나, 대통령이 김영재 의원을 방문한 사실이 있느냐는 이만희 의원의 질의에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에 들어가서 미용목적의 필러나 보톡스를 시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 맹세할 수 있다"고 답했다.

▲ 정기택 전 보건산업진흥원 원장 <사진제공=국회>

비선진료 특혜 의혹...인사전횡 정황도 확인

이날 청문회에서는 비선진료 의료인들에 대한 특혜 요구, 또 이에 따른 인사전횡 정황도 확인됐다.

보건산업진흥원 정기택 전 원장은 김영재 원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라는 과제를 이행치 못한 뒤, 윗선에서 권고사직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정 전 원장은 "김영재 원장 아내 회사의 중동 진출을 지원하라는 압박을 직접 받은 적은 없으나, 압박이 있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진흥원 내 지원 기준과 절차에 맞지 않아 지원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이후 정 전 원장의 사직에 윗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정 전 원장도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이혜훈 의원에 따르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뒤, 당초 예정됐던 정 전 원장의 대통령 중동순방 동행이 돌연 취소됐으며, 5개월에 걸쳐 진흥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고, 종국에는 경영평가 성적 저조를 이유로 정 전 원장이 원장직을 사퇴했다.

정 전 원장은 "복지부 인사담당자가 제게 찾아와 위 뜻이니 거취를 정리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위가 어디냐는 질문에는 "청와대라고 했다"고 확인했다.

서창석-정진엽-전상훈 '분당 3인방' 인사특혜 의혹도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 등 이른바 '분당 3인방'에 대한 인사특혜 의혹도 나왔다. 전상훈 병원장이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와 친분을 가지고 있으며, 최 부총리의 지원으로 이들이 요직에 오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오병희 전 원장 재임시절이었던 2013년 7월 일시에 해임됐던 이들이, 놀랍게도 서창석 원장이 박 대통령 주치의로 발탁된 2014년 9월부터 반격에 나선다"며 "정진엽 전 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고 전상훈 교수도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되며, 서창석 전 원장도 서울대병원장이 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서창석 원장에 "전상훈 원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친인척 관계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냐"고 대답을 요구했다. 이에 서 원장은 "내용이 조금 틀렸다. 친인척 관계는 아니다. 다만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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