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AE 국제분류법 35년 만에 개정…'의식' 중요성 앞세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뇌전증 발작 분류법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워졌다. 

2일 열린 미국간질학회(American Epilepsy Society, AES)에서는 국제뇌전증퇴치연맹(International League Against Epilepsy, ILAE)의 뇌전증 발작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35년 만에 첫선을 보였다.

주요 변화로는 단순부분발작이라고 불린 'simple partial seizure'란 용어를 'focal aware seizure'로, 복합부분발작으로 알려진 'complex partial seizure'를 'focal impaired awareness seizure'로 변경했다. 뇌전증 환자 측면에서 '의식(awareness)'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과거 발표된 분류법에서는 발작을 일으키는 전기방전이 뇌의 한 부분 또는 전체에서 나타나는지에 따라 부분발작 또는 전신발작으로 분류했다. 

부분발작에는 단순 또는 복합부분발작, 전신발작에는 강직-간대성발작, 소발작, 강직발작, 간대성발작, 근육간대경련발작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뇌 위치가 명확하지 않은 발작은 이러한 분류법에 포함되지 않았다.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는 분류법을 기반으로 뇌전증을 진단하더라도, 환자는 어려운 질환의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분류법 개정에 참여한 미국 스탠포드의대 Robert Fisher 교수는 "분류법이 제작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일부 발작은 명칭를 이해하기에 다소 혼란스러운 점이 있었다"면서 "아울러 중요한 뇌전증 발작이 이전 분류법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의식(unconsciousness)'에 대한 정의를 '의식손상(impaired awareness)'으로 변경했다. 의식은 인지, 민감성, 기억 등 다양한 요소를 총칭하기 때문에,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판단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Fisher 교수는 "일반적으로 무의식이란 외부 자극에 반응이 없고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다"며 "뇌전증 발작에는 의식이 약한 환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들을 무의식 상태라고 정의하기엔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의식을 기반으로 분류했을 때 환자들의 운전 및 고용 가능성, 학습능력 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서 "뇌전증 발작을 이해하는 데 의식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에 사용하지 않았던 비디오, 뇌전도 패턴, 신경촬영법으로 확인한 장애, 유전자 돌연변이 분석 등이 정확한 뇌전증 진단을 도울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Fisher 교수는 "개정된 분류법이 임상의 및 전문가들의 뇌전증 진단을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며 "뿐만 아니라 환자들은 질환을 잘 이해할 수 있어 향후 좋은 예후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뇌전증' 새로운 정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져

이와 함께 2년 전 ILAE가 발표한 '뇌전증'의 새로운 정의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전에는 24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이유 없는 발작이 두 번 이상 발생할 때 뇌전증으로 판명했다. 하지만 2014년에 제안된 뇌전증의 실제적 정의에서는 10년간 무발작이고 최근 5년 동안 약물치료를 중단한 경우에 뇌전증 치료 완결(epilepsy resolved)로 고려했다.

Fisher 교수는 "과거 기준을 적용해보면, 2살 때 발작이 있고 3살과 80세 때 이유 없는 발작이 나타났다면 여전히 뇌전증 환자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이전 정의에 따르면 환자들은 오랜 시간 증상이 없어도 뇌전증 환자로 간주된다는 것.

이어 그는 "새로 제안된 뇌전증 정의로 인해 오랜 기간 발작이 없는 사람들은 '뇌전증 환자인가?'에 대한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아울러 업데이트된 정의에 따라 단 한 번 발작이 나타났고 다른 발작 위험이 높은 경우 뇌전증으로 진단할 수 있게 돼, 조기 진단 및 빠른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긍정적인 의미를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