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000~5000억원 추가재정 '부담'...일차의료 활성화·전달체계 개편 지속추진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

정부가 간호등급제 개선방안의 하나로, 등급제 산정기준을 허가병상에서 운영병상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연간 4000~5000억원 규모의 추가재정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고민이 깊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최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중소병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특히 간호등급제는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 내부에서도 다양한 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간호등급 산정기준을 허가병상에서 운영병상으로 전환하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다.

간호등급 기준, 운영병상 전환시 5000억원 추가재정 소요

현재 간호등급제는 허가병상 수 대비 간호사 수에 따라 의료기관은 1~7등급으로 구분해 입원료에 가산과 감산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1~5 등급은 입원료의 10~15%를 가산하며, 6등급은 6등급은 기본, 7등급 이하는 5%를 감산한다.

그러나 허가병상 수를 기준으로 간호등급을 산정하다보니, 병상가동률이 낮은 지방·중소병원에서는 높은 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유휴병상에까지 간호사를 배치하자면 인건비 부담이 크고, 반대로 실제 운영병상을 기준으로 하자면 간호등급이 낮게 나오는 딜레마가 생기는 탓이다.

정진엽 장관은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병상가동률이 낮아, 적지 않은 유휴병상이 존재한다"며 현행 간호등급제는 이 같은 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만큼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걸림돌은 재정이다. 

정진엽 장관은 "간호등급제 기준을 허가병상에서 운영병상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대략 4000억원~5000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계됐다"며 "규모가 만만치 않다. 이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조금 더 고민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수술 환자 수도권·상급병원 쏠림현상 "보완책 마련"

중소병원 살리기의 일환으로, 4대 중증 보장성 강화 정책의 보완책도 고민하고 있다.

실제 적지 않은 지방·중소병원들은 4대 중증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환자 본인부담이 줄면서, 환자의 수도권 상급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술환자가 줄어 들어 수련이 어려울 정도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정진엽 장관은 "(문제를) 인식하고 보완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차의료 활성화-전달체계 개편 지속 추진

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엽 장관은 "일차의료기관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실시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또한 일차의료 활성화의 일환"이라며 "나아가 진찰료 현실화를 포함해,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연구도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내 임기 중 꼭 했으면 하는 사항"이라며 "논의에 진전이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 조속히 정리해야 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소득만으론 안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현재 타 부처와 조율 중으로 연초에는 방향이 정해질 것 같다"며 "다만 소득 단일 기준으로 부과체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지역가입자 50% 소득이 없고, 나머지 50%의 절반이 연 소득 500만원 미만이어서 완전하게 소득중심으로 개편하면 연간 9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예상된다"며 "이 경우 직장가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어느 덧 1년 4개월,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정진엽 장관은 "직역간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다보니 진도를 나가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며 "무엇을 얻고자 한다면 양보도 하고 노력도 해야 할텐데 (직역단체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성과를 내야할 때"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 중 여러가지 이유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사항들을 마무리하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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