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 교수 "실제 임상에선 130mmHg 적용"
양철우 교수 "초기에 적극적으로 혈압 조절해야"

지난해 순환기계 한 획을 그은 연구를 꼽으라면 단연 SPRINT와 HOPE-3 연구다. SPRINT 연구는 '혈압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SPRINT(사전적 의미: 전력 질주하다)가 가진 뜻과 일맥상통한다.실제로 많은 국가가 수축기혈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SPRINT 연구는 수축기 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엄격하게 관리하면 심혈관 질환 예방·혜택이 있다고 임상에서 입증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하지만 누구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도 남겼다.또한 HOPE-3 연구는 질병은 없지만 비만, 흡연과 같은 위험요인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고혈압 복합제 또는 스타틴을 위약과 비교한 연구다. 이 연구에서 스타틴은 위약 대비 심혈관 예방 혜택을 입증했다. 반면 칸데살탄/이뇨제 복합제 연구에서는 심혈관 예방 혜택을 입증하지 못해 스타틴 또는 고혈압 복합제 예방적 투여 논란에 불을 지폈다.연구는 결론이 났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과제를 남겼다. 당장 누구에게 적용해야 최적의 임상적 혜택을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고혈압 전문가와 콩팥질환 전문가를 찾아 두 연구를 풀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고혈압 전문가는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심장내과)가, 콩팥질환 전문가는 가톨릭의대 양철우 교수(신장내과)가 참여했다.<인터뷰-1> 고혈압&콩팥질환 전문가가 분석한 SPRINT 연구<인터뷰-2> 고혈압&콩팥질환 전문가가 분석한 HOPE-3 연구

"실제 임상에선 130mmHg 적용고령환자 진료실 밖 혈압 신경써야 부작용 막을 수 있어"
신진호 한양의대 교수(심장내과)

▲ 신진호 교수

- SPRINT 연구결과에 따른 노쇠(frail)한 노인 환자에서 심혈관 혜택은?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ISH 2016)에서는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SPRINT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인정하며, 특히 노쇠한 노인 환자에서도 일관된 심혈관 혜택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법론적인 면에서 노쇠를 정의하는 데 현실적인 문제점이 많다. frailty index 또는 frailty score 자체가 노인들에게 적용하기엔 기준이 엄격하다. 기본적으로 SPRINT 연구는 의사가 판단한 노쇠한 사람들을 전부 제외한 연구다.

자기 관리 능력 또는 활동 능력이 미비한 사람은 일단 제외한 연구라고 보는 게 해석상 맞다고 본다.

- SPRINT 연구는 의료진이 없는 상태에서 자동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했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혈압보다 더 낮게 나왔을 가능성은?

의사가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혈압과는 수축기 혈압이 약 5~10mmHg 차이가 난다. SPRINT 연구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거의 10mmHg 내려갔다. 최종 목표혈압이 낮은 이유도 혈압 측정 방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본다.

10mmHg가량 차이가 나므로 실제 임상 적용 시 130mmHg를 받아들여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번 ISH의 130mmHg 목표치도 이 부분을 고려해 발표한 것이다.

- 연구 목표치인 120mmHg를 고령 환자에 적용 시 주의할 점은?

SPRINT 연구는 기존 연구보다 백의현상에 의한 무리한 치료를 많이 줄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동화된 진료실혈압과 가정혈압을 비교해보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환자 상태를 가장 많이 반영하는 것은 가정혈압이나 활동혈압이다. 그래서 고령 환자에게 적극적인 혈압치료 시 진료실 밖 혈압을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적극적인 혈압치료를 시행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 고혈압 전단계인 120~139mmHg도 심혈관 사건 예방을 위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나?

SPRINT 연구는 수축기혈압이 130mmHg 이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연구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는 적어도 SBP 130mmHg 이상부터 유효하다.

초고위험군이 SBP 130mmHg 이상일 때 혈압약을 투약에 대한 문제는 과거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 경우 환자 특성에 따라 의사들이 판단해 결정할 수 있다.

국내 고혈압 치료지침에서는 고혈압 전단계를 120~139mmHg가 아닌 1기 120~129mmHg과 2기 130~139mmHg로 분류했다. 같은 고혈압 전단계라도 고위험군이라면 130mmHg 이상에서 경과가 나쁠 수 있어, 130mmHg 미만군과 차별화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 만성 콩팥병 3b 또는 4단계인 환자는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환자에게도 SPRINT 연구가 의미 있나?

하위군 분석에서 만성 콩팥병 동반 여부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는 상호작용이 없다는 의미로, 전체 연구 결과를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적용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성 콩팥병 3b 또는 4단계 환자도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해야 하는지는 별도 연구가 필요하다. 이들은 조만간 투석을 시작할 환자들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혈압조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140/90mmHg 미만 조절 시 콩팥기능이 더 빨리 악화될 것 같다면 콩팥기능 또는 장기적인 혈관 상태의 악화 중 무엇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인지에 대해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

- 3.3년 만에 집중치료 효과를 입증해 연구가 조기 종료됐다. 이 기간이 콩팥예후를 확인하기에 부족하진 않나?

3.3년 동안 문제가 현저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혈역학적으로 콩팥에 큰 손상을 주기 어렵다고 해석하면 된다.

SPRINT 연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등록된 환자 중 고령으로 인해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낮게 계산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나이 때문에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지다 보니, 콩팥기능 저하 환자에 대한 연구 결과가 3.3년 동안에는 나오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혈압이 콩팥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혈관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커진다는 것이다. 콩팥 예후를 보기 전 혈관이 망가지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일차 종료점은 혈관, 이차 종료점은 콩팥이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경중~중등도 콩팥병 환자 초기 적극 혈압 조절"
- 양철우 가톨릭의대 교수(신장내과)

▲ 양철우 교수

- SPRINT 연구에는 어떤 상태의 콩팥병 환자들이 참여했는지 설명해 달라. 

콩팥 관련 지표를 보면 전체 9361명의 환자 중 약 28.1%가 만성 콩팥병 환자였다. 진단 기준은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60㎖/min/1.73㎡ 미만으로 정의했다.

이는 콩팥병 진단 3단계 또는 4단계에 속한다. 주 대상이 고혈압 환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콩팥병 동반 환자가 참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SPRINT 연구에서 콩팥병 환자를 포함시킨 이유와 의미는?

만성 콩팥병은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고혈압이 있는 환자 상당수는 콩팥병을 동반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에서는 콩팥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제외시키기 마련이다. 콩팥병이 있으면 예후가 좋지 않고 혈압조절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에서 볼 수 있는 환자들을 대거 반영한 것이다.

- 연구의 결론이 혈압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것이다. 콩팥병 동반 고혈압 환자들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는가?

결론부터 답하면 그렇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관대했던 혈압조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낮추면 좋고 아니면 다음에 낮추면 된다가 아닌, 혈압을 낮출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콩팥병이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은 목표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조절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고 많은 연구를 했지만,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부작용만 더 생기면서 140/90mmHg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그런데 더 낮추면 더 좋다고 나와 기존 치료에 변화가 예상된다.

- 콩팥질환 단계에 상관없이 혈압을 낮추면 되는 것인가?

투석이 필요한 말기 콩팥병 환자들이 포함된 연구의 경우 어떤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제외한 경증, 중등도 콩팥병 환자들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면 콩팥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초기 콩팥병 환자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 많은 콩팥병 환자가 참여했지만 주요 콩팥 관련 평가는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수축기 혈압이 160mmHg이면서 콩팥기능이 안 좋은 환자들은 혈압을 잘 조절했을 때 콩팥이 나빠지는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지만, 혈압이 어중간하게 높은 사람들에게 혈압조절을 통해 콩팥기능이 좋아지기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때문에 평가요소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조기 종료하지 않고 좀 더 장기적으로 관찰하면 어떤 기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고혈압이 콩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좀 더 오래 관찰할 경우 혈압을 어디까지 떨어뜨려야 콩팥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연구에서도 오히려 혈압을 더 적극적으로 치료했던 환자들에서 콩팥 관련 합병증이 많이 발생했다. 급성신부전도 생겼고 투석 환자도 생겼다. 딱 잘라서 혈압을 떨어뜨릴수록 콩팥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얘기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 콩팥 합병증이 나타난 배경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연구에서 강력한 혈압조절군에서 급성콩팥손상 또는 콩팥부전 발생률이  1.7배 더 높았다. 이 경우 혈압 때문이라고 보기 보다는 ACEi, ARB 같은 약제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레닌 안지오텐신 기전의 약물이 마치 신이 내린 선물처럼 평가되지만 이 약물들은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떨어뜨려 고령 환자에서 오히려 콩팥기능이 더 악화된다.

실제로 ONTARGET 연구에서 확인했다. ACEi와 ARB를 같이 쓰면 레닌 안지오텐신을 더 억제해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콩팥기능이 안 좋아지고 투석으로 돌아가는 환자도 많아졌다.

그래서 임상초기 만성 콩팥병이 없었지만 eGFR이 30% 이상 감소된 비율이 강력한 혈압조절군에서 3.5배가량 많이 발생한 것도 혈압 자체라기보다는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한 약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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