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전후로 각종 의료규제 법률들이 줄줄이 시행된다.

지난해 말 시행된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 처벌강화를 시작으로, 3월에는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 5월에는 수술 등 의사 설명의무 강화법 등이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의료계는 법 개정 과정에서 의사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는 제도라고 반발했지만,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사건, 성형외과 유령수술 사건 등 굵직한 의료관계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환자 권리보호'를 요구하는 여론이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신년을 전후로 시행됐거나, 시행 대기 중인 의료 규제 강화 법안들은 어림잡아 10여 개를 넘는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2016년 11월 30일 시행>

포문을 연 것은 의료인의 의료분쟁조정절차 참여를 강제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다.

신해철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법률은 △수술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상 장애1급(정신·자폐장애 제외)에 해당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 의료분쟁 조정절차에 즉각 돌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의료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지난해 11월 30일 시행에 들어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제도 시행 시, 의료인들이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중환자 진료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접수된 의료분쟁조정신청의 절반 이상이 주로 피신청인인 의료인의 반대로 개시조차 되지 못해, 의료사고에 대한 조속한 피해구제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반론에 힘이 실린 결과다.

■리베이트 의료인 처벌 강화법 <2016년 12월 20일 시행>

지난달 20일에는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 처벌 강화, 의료기관 개설자 진료거부 금지, 의료기관 비급여 현황조사 협조의무를 부과하는 개정 의료법이 공포, 줄줄이 시행에 들어갔다.

리베이트 의료인 처벌 강화법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기존 '징역 2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상 벌금'으로 상향 조정한 내용이다.

'징역 3년'부터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베이트 의사 긴급체포법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 의사 개인보다는 기업형 리베이트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실행 여부를 떠나 긴급체포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의사들의 심리적 부담감은 크다.

법 개정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 등이 과도한 제재라며 반발했지만,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무게추가 쏠렸다.

■진료거부 금지 대상에 의료기관 개설자 추가 <2016년 12월 20일 시행>

진료거부 금지 대상에 의료기관 개설자를 추가하는 개정 의료법도 2016년 12월 20일을 기해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법률은 의료인에 대해서만 진료거부 의무를 부과하고 있었던 상황. 그러나 진료거부 행위가 주로 의료인 이전, 접수 데스크 직원들을 통해 이뤄지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진료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 개정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의료기관 개설자에 종사자 관리의무가 있는 만큼, 개정 의료법은 원무과 직원부터 의사에 이르기까지 의료기관 종사자 전체에 진료거부 의무를 부과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비급여 현황조사 협조의무 부과 <2016년 12월 20일 시행>

의료기관에 비급여 현황조사 협조의무를 부과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달 20일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모든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비용과 제증명 수수료 현황조사를 위한 자료 등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요구에 응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소비자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국회와 정부의 설명이다.

■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 <2017년 3월 1일 시행>

올해 시행 대기 중인 법률도 7건에 이른다. 일단 3월 1일부터는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 비급여 할인광고 금지 규정이 효력을 발휘한다.

명찰패용 의무화는 환자 알 권리 강화를 위해 고안된 조치다. 이에 따라 3월부터는 의료기관의 장이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 실습생, 의료기사 등에 명찰을 달도록 지도, 감독을 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관리당국의 시정명령을, 시정명령을 미이행 시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비급여 할인광고 금지 <2017년 3월 1일 시행>

비급여 할인 광고 금지규정도 본격 시행된다. 이는 무분별한 미용성형 광고를 막기 위한 조치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호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광고가 적발될 경우 시정명령과 업무정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밖에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위생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의약품 직접조제 시 환자에게 용법과 용량 등 해당 의약품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개정 의료법도 3월 1일부터 그 효력을 발휘한다.

■수술 등 의사 설명의무 강화 <2017년 5월 20일 시행>

5월에는 수술 등 의사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개정 의료법 규정이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법률은 의사가 수술이나 수혈, 전신마취 등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에게 진단명, 수술법과 그 내용,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사건에 따른 후속입법. 대부분의 병원에서 환자 설명절차를, 강화된 규정에 맞춰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거나 서명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변경된 동의사항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의료기관 휴·폐업시 입원환자 보호조치 의무 <2017년 5월 20일 시행>

용인정신병원 사건에 따른 후속입법으로 의료기관 휴·폐업 시 입원환자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는 규정도 5월 20일을 기해 시행된다. 입원환자를 두고 있는 의료기관 대부분이 법 적용대상으로, 의료기관 휴업이나 폐업 시 입원 중인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환자 보호조치를 미이행한 경우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과 더불어 과태료,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제증명수수료 고시 <2017년 8월 20일 시행>

제증명수수료 표준화도 8월 시행된다.

개정 법률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하여금 비급여 현황조사와 분석을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증명수수료와 금액에 관한 항목 및 기준을 정해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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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책임 떠넘기기” 반발

개정 규정이 대부분 환자 알권리와 안전 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의료계는 과도한 규제이자 책임 떠넘기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관계 문제는 의료정책과 환자의 의료이용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며 "환자 알권리나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법률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그 방법이 모두 의료계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자 입장에서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책임을 늘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 있지만 의료계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거나 그로 인해 진료 이외의 업무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난다면, 이는 결국 소극적 진료로 이어져 오히려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구책 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의협은 최근 '의료관계법령대응특위’를 구성, 각종 의료현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의료기관 경영악화 등 의료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각종 의료관계법이 국회와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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