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 가천의대 교수..."보건소 기능 더 확대해야"

▲ 가천의대 임준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공중보건체계는 맥없이 주저앉았다. 신종 감염병 방역체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부실한 방역체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지기 역할을 해야 할 일차의료기능은 멈췄고, 일차의료기관과 외래서비스를 두고 경쟁하는 대형병원들은 감염을 확산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감염병을 컨트롤해야 할 정부는 우왕좌왕하면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상황을 키웠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이후 공중보건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 제기의 중심에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임준 교수가 있다. 임 교수는 지금이라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올지 모르는 신종감염병에 또 곤욕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 분리해야"

공중보건은 정부가 운영하는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공적인 역할이나 행정 등이 모두 공중보건이란 게 그의 의견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공중보건체계라는 것이 없다. 시스템도 없고, 사람들의 역량도 부족하다. 사실 보건소 이외에는 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그는 공중보건체계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중 컨트롤타워 부재는 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시스템도 없고,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소나 검역소 등의 활동이 모두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가 제시하는 공중보건 조직체계 개편 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다. 
전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과 건강불평등 해소를 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고 지역사회 참여를 기반으로 의료가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실행을 위해 그는 중앙정부, 광역시·도, 지역시·군·구 등에서 각기 다른 방향의 개편을 요구한다. 중앙정부 부문에서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는 보건과 복지가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자의 건강은 노동부가, 환경과 관련된 질병은 환경부가 하고 있다. 또 복지부 내에서도 공공보건의료센터나 건강증진개발원 등이 산재해 했다. 국민 건강 전반을 기획하고 보건의 영역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부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역시·도 건강과를 건강국으로 승격"

공중보건체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인 광역시·도와 지역 시·군·구 역할을 개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행 방안으로 광역시·도의 건강과를 건강국으로 승격하고, 지원체계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만들어 하부 조직으로 심뇌혈관예방관리사업지원단이나 정신보건사업지원단 등이 위치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하자는 얘기다. 

또 시장과 시의회 사이에 시민건강위원회를 설립해 이들이 구청장이나 구건강위원회와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수준별 거버넌스 체계에 대해서도 수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역단위의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를 위해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시민참여에 기반을 둔 공공-민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또 지역 단위에서는 건강관리체계나 주민건강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가천의대 임준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그는 "좁은 의미에서 주민공동체란, 주민이 주체가 돼 동 단위 이하 거점 공간에 위치해 준전문인력들이 주민과 지속해서 관계를 유지하며 다부문의 자원을 수집하고 연계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한 조직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주민건강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일차보건의료분야에서 일상적인 정보나 서비스가 제공되고, 공공과 민간 보건의료체계에서 연계와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전달체계가 구축될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주민건강공동체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마을공동체, 별도 조직 등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모형이 달라질 수 있다. 

"보건소 기능 더 확대해야"

정부가 현재 보건소 기능보다 더 많은 기능을 해야 공중보건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보건소가 기획 및 질병관리를 총괄할 수 있도록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보건소가 공중보건인력을 확보해 만성질환자 관리 등 지금보다 더 촘촘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건소가 규제나 행정기능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보건사업이나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주간보호나 정신보건, 모자보건 등의 특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건강생활지원센터나 도시보건지소가 읍면동 단위의 공중보건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만성질환자 관리나 지역주민의 건강관리, 소지역에서 민간의료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코디네이터나 내비게이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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