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의약계 직능단체 ‘새해인사’ 돌연 취소...“적절치 않은 만남 판단”
의협, 강릉 비뇨기과 원장 자살 사고 논의 요구...“전쟁 해보자는 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신년이면 의례적으로 해왔던 보건의료계 직능단체별 새해인사를 돌연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건보공단은 10일 오후 정유년 새해를 맞아 대한의사협회를 찾아 새해인사를 나누기로 했지만, 갑작스럽게 돌연 이를 취소했다. 

강릉 비뇨기과 원장 자살 사고로 인해 연말연시에 걸쳐 의료계의 규탄이 이어지면서 자칫 신년인사가 방문확인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에서다. 

반면 의협은 건보공단이 돌연 일정을 취소하자 “방문 여부는 건보공단에 맡기겠다”며 기싸움에 돌입했다. 

 

공단-의협 회동 전격 불발 

앞서 건보공단과 의협은 10일 오후 전격 회동을 갖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건보공단 측에서는 장미승 급여상임이사와 수가계약 관련 실장을 비롯한 담당자들이, 의협에서는 추무진 회장, 김주현 대변인, 임익강 보험이사를 비롯해 관련 업무 담당자가 참석키로 예정돼 있었다. 

건보공단의 이번 방문은 정유년 새해를 맞아 새해인사 성격이 짙었다. 게다가 장 급여상임이사와 대동하는 직원들도 수가계약과 관련한 직원들인 만큼, 올해 5월 예정된 2018년도 수가협상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연말연시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강릉 비뇨기과 원장 자살사고 관련 건보공단의 방문확인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방문확인 제도를 총괄하는 장미승 급여상임이사가 참석하기 때문이다. 

이에 의협은 이날 회동에서 방문확인 제도 개선에 대해 강하게 어필할 예정이었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건보공단의 방문확인과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통합하는 방안 등 의료계에서 지적되고 있는 방문확인 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을 강하게 어필할 예정이었다”며 “사실 의료계가 건보공단으로부터 새해인사를 받을 처지는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 대변인은 “건보공단의 방문확인 제도 개선, 최근 발표된 SOP 개정안에 대한 재개정 등에 대해 이야기 할 계획이었다”며 “만일 회동 결과가 좋지 않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의례적 새해인사” VS "전쟁 하자는 건가"

하지만 이같은 건보공단과 의협의 계획은 엇나갔다. 건보공단 측에서 돌연 회동 일정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새해인사의 성격이 강한 이번 회동을 두고 의협이 방문확인 제도 개선을 위한 자리로 여기고 있었던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장미승 급여상임이사는 “직능단체별로 신년 인사를 나누는 한편, 최근 2차 상대가치 개편도 있어 이에 대해 올해도 같이 노력해보자는 취지로 계획했던 회동”이라며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의협을 선정했지만, 방문확인 관련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급여상임이사는 “의협 측에서 건보공단과 회동한다는 보도가 나가기도 하고,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알려졌다”며 “민감한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은 적절하지 않은 만남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계획했던 다른 직능단체와의 회동 역시 전면 취소, 방문 일정도 재차 논의키로 했다. 

이를 두고 의협은 방문 여부는 건보공단의 판단에 맡기며 만일 방문하지 않는다면 그 댓가에 대해서는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도 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9일 오전까지 건보공단에서 방문한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급작스럽게 방문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건보공단의 방문 여부는 그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만일 건보공단에서 방문 한다면 서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방문을 거부한다면 전쟁을 하자는 뜻으로 알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한편, 일선 개원가에서는 이번 강릉 자살사고를 유발한 건보공단 방문확인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뇨기과의사회를 시작으로, 개원내과의사회,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에 이어 정신과의사회까지 나선 것. 

대한정신과의사회는 9일 성명을 내어 이번 자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책임자 처벌, 관련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정신과의사회는 "연이은 자살 사건은 현 실사제도가 불공평하고 부당하게 시행되고 있을뿐더러 권력을 쥔 행정당국이 의료인에게 강압적 부담을 가할 수 있다는 회피할 수 없는 증거"라며 "의료인 희생을 반복하게 만드는 건보공단의 방문확인 제도는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과의사회는 "자율규제와 지역사회 피드백을 활용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작금의 의료현실 속에서 관계당국이 의료영역에서 행정권을 휘드르며 의사를 감시, 제재하는 방식은 시대착오"라며 "획일적 규제와 통제 위주의 권위주의적 행정을 탈피하고 생명존중을 최우선으로 하는 효율적 자율규제로 탈마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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