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을 미리 챙기기 위한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 질환을 예방하고자 건강검진을 받으며, 병원은 여러 선별검사를 검진항목에 포함시켜 질환을 예측한다.

그런데 최근 심혈관질환을 예측하는 선별검사인 심전도검사(electrocardiography)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가 무증상인 건강한 성인에게 심혈관질환 예측을 위한 심전도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최종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USPSTF는 2004년부터 심전도검사의 유용성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고, 이번 성명서를 통해 '권고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쐐기를 박았다.

USPSTF "심전도검사 권고할만한 근거 불충분"

USPSTF 최종 성명서는 가장 최근에 발표됐었던 2012년 권고사항을 재차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무증상인 건강한 성인에게 심전도검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USPSTF는 무증상인 건강한 성인을 두 군으로 분류해 최종 권고안을 제시했다.

먼저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인 성인에 대해 안정 시 심전도 및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를 일반적인 선별검사로 권고하지 않았다. 권고등급은 D로, 효과가 없다는 유효한 근거가 있거나 손해가 이익보다 크다는 의미였다.

중등도 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인 성인에게도 안정 시 심전도 및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를 권고하지 않았다. 권고등급은 I로, 심전도검사를 권고할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즉 권고등급은 달랐지만,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관계없이 무증상인 건강한 성인에게 심혈관질환 선별검사로서 심전도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입장은 다른 가이드라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 미국가정의학회(AAFP)가 발표한 정기검진 권고안에서는 USPSTF 성명서와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권고안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인 무증상 성인에게 관상동맥 심장질환 예측을 위한 정기적인 검사로 안정 시 심전도 또는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를 권고하지 않았다(권고등급 D). 아울러 중등도 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인 무증상 성인의 관상동맥 심장질환을 안정 시 심전도 또는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로 예측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권고등급 I). 

이보다 앞선 2010년에 발표된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ACC/AHA) 가이드라인은 '심전도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근거수준은 낮았다.

구체적으로 고혈압 또는 당뇨병이 없는 무증상 성인에게 심혈관질환 예측을 목적으로 안정 시 심전도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근거수준 C). 하지만 근거수준은 가장 낮은 C로,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견해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이같이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는 심혈관질환 중등도 위험군인 무증상 성인에 한해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지만, 단일 무작위 연구 또는 여러 비무작위 연구들에 기반한 증거 수준이었다(근거수준 B).

선별검사로서 심전도검사 '문제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연구에서도 선별검사로서 심전도검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 의대 A. Banerjee 교수팀은 심전도검사로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정확하게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Int J Clin Pract 2012;66(5):477-492.).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전향적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운동부하 심전도검사 및 운동부하 심초음파검사에서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판단하는 '거짓양성(false-positive)' 비율이 높았다. 즉 검사 결과를 잘못 판독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아울러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Chou R 교수팀은 2011년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심전도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이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Ann Intern Med 2011;155(6):375-385).

무작위 대조군 연구 및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분석한 결과, 안정 시 심전도 및 운동부하 심전도검사에서 양성을 보인 무증상 성인은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증가했지만 그 비율이 적었고, 안정 시 심전도검사의 정확성도 낮았다.

이와 함께 심전도검사를 통한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진단된다. 미국내과학회(ACP)는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인 성인 중 90% 이상이 10년 내 심장 관련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며, 추가적인 심장 관련 건강검진으로 이익을 볼 수 없다고 제언했다(Ann Intern Med 2015;162(6):438-447.).

국내 병원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된 심전도검사…이유는?

건강한 성인에서 심전도검사의 유용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국내 병원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항목에는 심전도검사가 포함된 상황이다.

2차병원에서 심전도검사를 담당하는 한 의료진은 "건강한 성인에서 관상동맥질환 등의 심혈관질환을 파악하는 데 심전도검사가 가장 저렴하고 빠르며 간단하다 보니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성균관의대 이정권 교수(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는 2006년 논문을 통해 국내 병원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항목의 문제점을 제기했다(가정의학회지 2006;27:723-732.).

논문에 따르면, 국내 병원의 건강검진에는 질병 선별 효과가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검사 항목들이 포함됐다. 선별검사로서 유용성이 확립되지 않았고 권고안에서 언급되지 않은 검사가 국내에서 불필요하게 시행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병원의 건강검진 항목 중 근거 없이 시행되는 검사가 굉장히 많다"면서 "수익성 등을 따지다 보니 불필요하더라도 검사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 여러 검사를 검진 항목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심전도검사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고혈압 환자는 건강검진 시 심전도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무증상인 건강한 성인이 심전도검사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건강한 성인이 심전도검사로 심혈관질환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단일검사만으로 심혈관질환 예측할 수 없어"

그렇다면 무증상인 건강한 성인의 심혈관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다른 검사법은 없을까?

그는 "심전도검사뿐만 아니라 심장혈관 조영술,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평가한 관상동맥칼슘(CAC) 점수도 심혈관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특정한 검사 하나만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심혈관질환을 예측하는 데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혈압, 흡연력, 당뇨병, 콜레스테롤 수치 등으로 계산한 10년 내 심혈관질환 위험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이러한 항목에 심전도검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데 여러 위험요인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있다"며 "그 중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된 혈액검사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무증상 성인의 심혈관질환을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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