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의 '목표혈압 설정'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미국내과학회(ACP)와 미국가정의학회(AAFP)가 60세 이상 고령의 혈압 목표치를 수축기혈압 150mmHg로 완화할 것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동시에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월 17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그동안 임상에서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고령 환자의 혈압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저혈압 및 사망 위험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치료가 위험하다는 입장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목표치를 수축기혈압 140~150mmHg 미만으로 제시하는 상황에서,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당분간 목표혈압에 대한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고령 환자 목표혈압 '150mmHg 미만' 강력 권고

ACP·AAFP 가이드라인에서는 고령 기준을 60세 이상으로 정의해 목표혈압을 수축기혈압으로 제시했다. 이완기혈압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목표치를 권고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축기혈압이 150mmHg 이상인 고령은 고혈압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목표혈압은 150mmHg 미만으로, 뇌졸중, 심장사건, 사망 등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근거를 덧붙였다(Grade: strong, high-quality evidence).

ACP의 Nitin S. Damle 회장은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연구를 분석한 결과 엄격한 혈압 조절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은 적었고, 환자들의 예후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권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단 환자의 과거력 및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목표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먼저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 발작이 있었던 고령은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40mmHg 미만으로 주문했고, 혈압 조절을 위해 약물치료를 시작 또는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환자들은 재발성 뇌졸중 위험이 높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단 권고등급은 낮았다(Grade: weak, moderate-quality evidence).

이와 함께 당뇨병, 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만성 콩팥병 등이 동반돼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고령은 목표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권고등급은 약했으며 근거수준은 높지 않았다(Grade: weak, low-quality evidence).

이어 가이드라인에서는 임상의가 고혈압치료제를 선택할 때 가능하면 제네릭(generic) 의약품을 처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치료에 따른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권고로, 브랜드 의약품(brand-name drug)과 효능이 유사하지만 비용은 더 저렴하기 때문에 환자 순응도가 우수하다는 근거를 덧붙였다. 

아울러 임상의는 치료 과정에서 혈압 변화에 따른 이익과 위험에 대해 환자와 주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적극적 치료 vs. 오히려 위험, 팽팽한 줄다리기 中

이번 가이드라인은 고령 환자의 목표혈압을 두고 학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중 목표치를 '150mmHg 미만'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힘을 실으며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현재 학계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선 목표혈압을 낮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입장과 저혈압 및 골절, 사망 위험때문에 강력한 혈압조절은 위험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ACP·AAFP 가이드라인은 2014년에 발표된 미국 JNC-8(Joint National Committee-8)과 궤를 같이한다. JNC-8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의 목표혈압을 150/9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JAMA. 2014;311(5):507-520.). 140mmHg 미만으로 치료 시 140~160mmHg 또는 140~149mmHg 치료군과 비교해 추가적인 이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2013년 유럽심장학회/유럽고혈압학회(ESC/ESH)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보다 엄격한 140/90mmHg 미만을 제시했다. 미국심장협회(AHA)도 80세 이상 고령의 목표혈압을 140/90mmHg으로 권고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도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 미만으로 명시하면서, 고령 환자는 130/70mmHg 미만의 적극 치료를 권장하지 않았다.

국내 진료지침도 이와 동일선상에 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2013년에 발표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고령 고혈압 환자는 이완기혈압이 너무 떨어지지 않는 수준(적어도 60mmHg 이상)에서 수축기혈압 140~150mmHg를 목표치로 권고했다.

혈압 강하에 의한 효과가 뚜렷하지만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140mmHg 미만일 때와 150mmHg 미만일 때 예후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목표혈압을 이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PRINT 연구에서는 75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하위분석한 결과 120mmHg 미만 조절군이 140mmHg 미만 조절군보다 심혈관질환 예방·혜택이 있다고 발표했다(N Engl J Med 2015;373:2103-2116.).

즉 고령 환자에게도 '혈압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힘을 실었다.

"국내 진료지침 영향 없다"

고령 환자의 목표혈압을 두고 학계가 난상토론을 벌이는 가운데, 완화 기조를 내세운 ACP·AAFP 가이드라인이 국내 진료지침에도 영향을 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고혈압학회 한 관계자는 "국내 진료지침 변화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ACP·AAFP 가이드라인에서는 '고령' 기준을 '60세 이상'으로 제시했는데, 현재 이 연령대를 고령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도 고령 기준을 80세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다"면서 "과거 연구들은 60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의내렸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이 이러한 연구를 많이 반영했다. 60세 이상보다 80세 이상을 고령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혈압 치료 시 환자의 나이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상태(general status)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이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생리학적 나이, 건강 상태가 고혈압 치료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는 "70대 이상이더라도 50대처럼 건강할 수 있다. 임상에서는 환자 상태를 비롯해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목표혈압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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