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에서 고객경험으로 이동 ... 가메다종합병원과 숄다이스병원 서비스 눈길

병원들이 고객만족에서 고객경험관리(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로 빠르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올해부터 같은 맥락에 있는 환자경험평가를 상급종합병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고객경험관리라는 용어가 나온 것은 미국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 마케팅 교수인 번트 슈미트가 'CRM을 넘어 CEM'으로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고객이 재화나 서비스의 정보 탐색부터 구매 후 평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기업의 브랜드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서 생기는 경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얼마 전까지 병원은 환자에게 친절하고 잘 치료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고객만족은 곧 환자만족을 의미하기도 했다. 따라서 병원은 환자 만족에 포커스를 두고 흘러갔다. 

그런데 최근 이 개념이 고객경험관리로 전환되면서 환자는 물론 보호자, 병원 방문객 등의 경험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환자 보호자가 한 대학병원을 방문해 커피가 맛이 없다라는 얘기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는 진료 본질과 상관없는 얘기지만 현장에서는 설득력 있는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맛없는 커피도 보호자의 경험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김진영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은 "기존 의료서비스가 환자, 친절함, 영업접점 등 세 가지가 있었다면 최근엔 환자는 환자와 보호자로, 친절함은 쾌적함으로, 영업관점은 모든 MOT(Moment of Truth)로 대상이 확대됐다"며 "환자만족이 대상, 개념, 범위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경험을 얘기할 때 일본 가메다종합병원과 캐나다 숄다이스병원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 가메다종합병원의 모토인 'Always say YES'

가메다종합병원, "Always say YES"

일본 지바 현 가모가와시에 있는 가메다병원은 도쿄역에서 열차로 2시간 이상 가야 한다. 위치의 열악함에도 이 병원에는 전국에서 환자가 찾아온다. 매일 3만명의 외래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고, 1000병사이 빈병상 없이 운영된다. 

전문가들은 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마음이 드는 경험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우선 가메다병원의 모든 입원실은 21㎡로 보호자도 편히 쉴 수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다. 또 24시간 면회가 자유롭다. 

병원 1층에는 고객의 눈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잡화점이 입점해 했다. 치료로 인해 머리가 빠지는 환자를 위해 뷰티살롱, 음주가 가능한 환자 등을 위한 BAR도 운영된다. 
김진영 센터장은 "가메다종합병원에서 환자가 원하는 대부분이 가능한 이유는 이 병원의 모토인 'Always say YES'가 있어서"라며 "병원측은 서비스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가능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자세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곳은 병원 밥은 맛이 없다는 통상적인 생각도 깨고, 환자식도 얼마든지 맛있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전만이 가장 좋은 13층을 영안실로 만들었을 만큼 고객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숄다이스병원 외경

숄다이스병원, 환자가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즐거운 병원

가메다종합병원이 환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줘 좋은 경험을 하게 했다면, 캐나다 탈장전문병원인 숄다이스병원은 환자에게 책임을 줘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한 병원이다. 이 병원은 환자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은 병원이다. 

입원하면 체모도 환자가 해야 하고, 수술 후 수술실에서 직접 걸어 나와야 한다. 식사도 병실이 아닌 공동식당에서 해야 한다. 텔레비전과 화장실은 환자가 걷지 않으면 안 되도록 병실 중심부에 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환자가 담당해야 할 일은 또 있다.

먼저 입원한 환자는 새로 입원한 환자에게 병실생활과 치료에 관한 안내 등 교육도 해야 한다. 또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사람은 입원시키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환자가 환자에게 멘토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진영 센터장은 "숄다이스병원은 매우 독특한 병원이다. 환자들이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식사나 병실 배치 등을 고려했고, 그 덕분에 병원비는 다른 병원의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저렴하고, 의사는 4시면 퇴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숄다이스병원에서 탈장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탈장 동호회가 조직되고, 동창회가 열리기도 한다. 병원은 동창회 회원들을 초대해 검진하고,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동진료소를 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도 환자경험평가로 흐름 변화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고객경험을 관리하는 움직임이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선두주자는 명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명지병원은 2011년 환자공감센터를 만들어 고객의 경험을 연극으로 만들기도 하고, 매월 환자의 날을 만들어 환자가 병원에서 겪는 불편함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병동 개별 단위로 환자공감을 실천하기 위해 환자공감병동을 만들기도 했고, 교육 프로그램인 혁신학교도 운영했다. 환자경험을 위한 서비스디자인도 도입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문화·휴식 공간인 '우리라운지'를 개소했다.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휴게 공간도 있다. 젖먹이를 위한 독립된 수유실, 가족 대기 공간, 카페 라이브러리, PDA 대여시스템도 마련했다. 수술실 현황 모니터도 설치해 수술환자 보호자가 쾌적한 공간에서 대기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오래전부터 이노베이션 디자인센터를 중심으로 환자경험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는 수술 대기실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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