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참아가며 일터로… 하지만 통증완화 주사요법은 2개월만 인정

 

합리적 요양급여기준 개선 VS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의료계와 정부는 이 둘을 놓고 지금도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고시 개정으로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이에 <메디칼업저버>는 현행 급여기준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한편, 개원가의 의견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본지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급여기준의 문제를 각과 개원의사회와 함께 발굴하고, 관련 학회와 정부의 대안을 듣는 자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려면 주사치료 밖에 없는데 횟수를 제한하고 있어요. 합리적이지 못한 요양급여기준 때문에 환자의 밥벌이까지 막고 있는 상황이에요."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민성기 회장은 정부의 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이 환자의 밥벌이조차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활의학과의사회는 올해 꼭 개선되길 바라는 불합리한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으로 △주사요법 인정 범위 확대 △운동치료 횟수 및 적응증 확대 등을 꼽았다. 

“환자 따라, 의학적 판단 따라 다른데…"
의사회는 통증 완화가 필요한 환자의 주사요법 인정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선 신경차단술 심사기준 개선을 꼽았다. 현행 급여기준에 따르면 신경차단술의 경우 초진일 때 주 2~3회, 재진일 때 주 1~2회(2개월 이내), 총 15회까지 급여로 인정하고 있다.  

민 회장은 "통증 완화가 필요한 환자에게 주사요법을 실시하는데 심평원에서 내세운 기준을 초과하면 급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주사요법의 횟수까지 제한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민 회장은 자신이 직접 겪은 사례도 언급했다.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A씨는 내과적 질환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그는 통증 완화를 위한 주사요법을 택했지만, 택배 업무를 하는 그에게 2개월 이내에 병원을 다시 찾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결국 2개월이 지나 통증완화를 위한 주사요법을 요청했지만 급여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민 회장은 "통증 조절이 필요한 환자에게 주사요법은 필수지만, 해당 환자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자주 병원을 찾기 힘든 환자는 밥벌이마저 포기하라는 건가"라며 호소했다. 

민 회장은 "횟수를 일괄적으로 15회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라며 "환자의 개인적 사정에 따라,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급여기준 개선 요구안.

비용적 접근은 그만…"현실에 맞는 수가 필요"

의사회는 운동치료에 대한 횟수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단순 및 복합운동치료에서 횟수를 제한하고 있는 부분은 물론 적응증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회장은 "재활의학 영역에서 운동치료는 환자의 근력을 향상시키고 관절운동 범위를 증진, 통증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기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처럼 환자에게 필수적인 진료행위이지만, 적응증이 제한되고 상대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단순운동치료(MM101)의 경우 상대가치점수는 51.81점, 복합운동치료(MM102)는 94.57점이다. 

이를 의원급 의료기관의 급여수가로 환산하면, 단순운동치료는 대략 4700원, 복합운동치료는 8590원 정도다.  

민 회장은 "이 때문에 환자를 진료할 때 상당한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며 "운동치료에 대한 행위를 재정의하는 한편, 상대가치점수를 재조정해 재활치료를 통한 환자의 빠른 기능회복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증전기치료(ICT 또는 TENS)와 재활저출력레이저치료의 동시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으로 인해 환자가 진료 받을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급여기준에 따르면 건강보험에서는 통증전기치료 또는 재활저출력레이저 치료 중 한 가지만 급여로 인정하고, 나머지 한 치료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부담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이나 산재보험에서는 두 치료 중 한 가지에 대해서만 급여로 인정하고 있다. 

민 회장은 "두 치료 모두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이학요법으로, 반드시 동시산정이 필요하다"며 "심사의 행정적 편의를 위해 횟수를 제한하거나 비용 때문에 급여 인정 기준을 달리하는 것은 문제다. 비용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압팽창술 수가의 현실화도 요구했다. 수압팽창술은 통증 완화를 위한 대표적인 시술로, 관절 내부에 엉겨 붙은 부위를 고압의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유착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컴퓨터 영상증폭장치를 통해 관절 내부를 보면서 시술이 진행된다. 

민 회장은 "수압팽창술은 관절조영상(arthrogram)을 동시에 시행하는 술기로, 관절조영상 검사가 8만원 정도"라며 "하지만 수압팽창술 수가는 관절조영상 검사가 포함돼 있으면서도 수가는 3만원 내외로 책정돼 있어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치료도 안 끝났는데 급여 인정 불가?"

아울러 의사회는 전문재활치료 인정기준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정부가 급여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연하재활치료의 경우 6개월 이후에는 고도 연하장애가 아니면 연하기능적전기자극치료는 급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 회장은 "중증 뇌졸중 환자의 경우 연하장애가 동반되는데, 이로 인해 음식물 섭취 시 사레가 들리거나 사레 들릴 뻔하는 경우, 즉 고도 연하장애가 아니면 연하기능적전기자극치료를 급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치료가 덜 된 환자에게 비용적 논리를 대며 치료를 못하게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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