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심폐소생술 관련 미담 볼 때마다 불편”...政 “문제 있다면 논의 가능”

사진제공: 인천서구소방서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응급의료를 제공하며 발생한 손해와 사상에 대한 면책조항.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두고 의료계의 불편한 시선은 여전하다. 

인천서구소방서는 대응관리팀 김종진 소방위가 지난 21일 인천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20대 승객을 심폐소생술을 통해 살려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미담을 들을 때마다 의료계는 더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그 이유는 응급의료법 제5조의 2,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 때문이다. 

지난 2008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착한 사마리아인법은 선의의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면책 규정을 담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해당법에는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한 외과 개원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정도”라며 “만에 하나 환자가 사망하면 형사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개원의는 “특히 심폐소생술은 의사에게도 쉽지 않은 의료행위다. 의사인 나도 무서워하는 게 심폐소생술”이라며 “선한 의지였다 하더라도 책임은 반드시 뒤따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개원의는 “기내 응급상황이 발생해 응급처치에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책임뿐이었다”며 “앞으로 다시는 진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환자가 살면 미담이 되고, 상황이 나쁘면 처벌되는 셈.

실제로 한 연구에서도 이 같은 응급의료법의 맹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임주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대한가정의학회와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원들을 대상으로 기내 응급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96%)는 기내 응급상황에 응한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특히 93.7%의 응답자는 패널티에 반대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임주원 교수는 의료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이 의사의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이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조항을 살펴보면 문구가 상당히 애매해 법을 알고 있다면 선뜻 나서 도움을 주는 게 꺼려지는 상황이라며 ”면책 조항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이 관계자는 “만일 보호자가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선의로 응급환자를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이라는 점이 더 나서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솔직하게 말해서 응급처치를 할 경우 결과가 좋으면 본전이고, 설사 잘못되면 지탄을 받을 게 뻔하다”며 “선한 의도에 대한 면책이 없다면 나서는 의사는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政 “필요하다면 논의하자”

이처럼 애매한 응급의료법을 개정하자는 의료계의 요구가 커지자 정부도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눈치다.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비롯해 동법 제63조에 따른 면책 조항이 존재하지만, 필요하다면 논의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입장. 

복지부 응급의료과 한 관계자는 “착한 사마리아인법 이외에 지난해 5월 동법 제63조를 개정,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와 관련 형 감경 및 면제 조항이 생겼다”며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이 실효성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응급의료법 제63조에 따르면 응급의료 및 응급처치로 인해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정상을 고려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법의 맹점에 대해 보다 명확한 사례를 통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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