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한가지 진료과목에 특화된 전문병원이 왜 급성기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이하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전문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잣대를 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준으로 전문병원이 되려면 1차 관문으로 평가인증을 통과한 병원만이 전문병원 신청을 할 수 있다. 불만이 나오는 지점이다. 평가인증 기준이 급성기 상급종합병원에 맞춰져 있어 전문병원이 되려는 중소병원들은 불필요한 내용의 인증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1차 평가인증 넘기 어려운 중소병원

대한전문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전문병원이 되려면 의료기관평가인증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준은 급성기종합병원에 대부분 기준이라 중소병원들이 넘기에는 의료 인력이나 시설 등을 맞추기 어렵다"며 "수지접합이나 화상 등 그야말로 전문병원들이 1차 문턱을 통과하지 못해 전문병원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중소병원은 환자안전, 감염관리, 인력 등 의료질과 관련된 몇 가지 꼭 필요한 요소만 인증을 받으면 된다"며 "작은 병원이 대형병원처럼 평가인증을 받으려니 너무 힘들고, 기존의 병원말고 새롭게 진입하려는 병원은 시도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이비인후과 병원 한 관계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전문병원을 추구하는 병원이 왜 굳이 대형종합병원에서 필요한 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3기 전문병원에 도전하는 한 원장은 "전문병원에 도전하려면 급성기병원 기준에 맞는 인력과 시설을 갖춘 후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정작 전문병원에 불필요한 인증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많은 중소병원이 평가 인증 기준을 맞추지 못해 전문병원 신청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병원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따라 정부가 이번 3기 전문병원 지정 기준을 완화하기는 했다. 특별시, 광역시, 수원시, 부천시, 고양시 및 용인시 이외 지역은 기존 80병상에서 56병상으로, 기존 60병상을 42병상으로 완했다. 또 수지접합이나 알코올, 화상, 재활의학과는 의료인력 기준을 완하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전문병원협의회는 냉랭한 반응이다. 전문병원협의회는 "전문병원 특성에 맞는 평가인증을 해야 한다. 1차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곳이 많은데, 아무리 전문병원 지정 기준을 완화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활의학과 등 아급성기병원 고려해야

현재 평가인증 기준으로 어려움을 겪는 진료과는 재활의학과 등의 아급성기 진료과다. 의료나 간호인력이 급성기병원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기준이 급성기에 맞춰져 있어 1차 관문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당에서 재활병원을 운영하는 김 모 원장은 "재활병원은 급성기병원도 만성기병원도 아닌 아급성기병원이다. 우리나라에 아급성기병원 제도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재활병원임에도 무조건 급성기병원 기준에 맞는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전문병원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의 인증도 받아야 하는 것은 낭비"라고 꼬집었다. 

또 "재활전문병원은 급성기처럼 의사나 간호사를 많이 확보할 필요가 없는 분야다.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게 환자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아급성기병원은 급성기병원과 다른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병원 특성에 맞는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현장에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진료과별 특성에 맞는 평가기준을 찾고,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전문병원협의회 등과 더 많은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병원협의회 정규형 회장도 재활병원을 평가하는 기준은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전문병원이 척추나 관절 등에 집중되면 안 되고, 다양화돼야 한다"며 "재활병원이나 소아청소년과 등이 진입하려면 진료과에 맞는 평가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관절·척추에 집중돼 있는 전문병원 이번엔? 

2011년부터 시작된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의 숙달된 치료기술 발전으로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외 경쟁력 향상을 통해 중소병원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시작된 제도다. 의원과 대형병원 중심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통해 의료비 절감 및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고 있다.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문병원은 관철·척추전문병원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2기 전문병원 111곳 중 관절전문병원 18곳, 척추전문병원 17곳, 산부인과 16곳 등이다. 이에 비해 심장 전문병원 1곳, 외과 2곳, 신경과 1곳에 불과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전문가들은 전문병원제도가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 향상 및 전문화된 치료요구를 충족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후한 평가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단계적으로 전문병원의 수를 늘려나가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전문병원협의회는 3기 전문병원에서 이 숙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쉽게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월 23일 열린 3기 전문병원 지정을 위한 법령개정 설명회에서 윤기요 심평원 병원평가지정부 차장은 균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윤 차장은 "3기 전문병원은 관절·척추전문병원 집중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할 것이다. 따라서 이미 많은 관절이나 척추전문병원은 이전보다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절대평가 이후 상대평가를 거치는 과정에서 특정 지역 및 분야로 과도하게 편중되지 않도록 병원별 특성을 고려해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치열한 전문병원 경쟁 

전문병원 지정에 있어 몇 가지 부실한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전문병원 지정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제2기 전문병원 지정 시 전국 병원급 133곳이 신청해 기존 전문병원 21곳이 탈락하고 32곳이 새롭게 진입했다. 1기 99개소에서 시작한 전문병원은 2기 때 111개소로 증가했고, 3기에 더 많은 전문병원이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평원은 전문병원 지정 신청 공고를 5월부터 시작해 15일 동안 접수를 받은 후 12월 최종 선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쟁이 뜨거운 이유는 전문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은 점도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중소병원 경영에 전문병원 지정은 직접적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면 전문병원 관리료와 전문병원 의료질지원금(입원일당 1820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전문병원 관리료는 총 70억 원, 전문병원 의료질 지원금은 29억 원이었다. 경기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3기 전문병원 각축전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3기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려면 ▲환자구성 비율 ▲진료량 ▲필수 진료과목 ▲의료인력 ▲병상 ▲의료질 ▲의료서비스 수준의 7개 항목에서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후 상대평가에서는 ▲총 전문의 1인당 1일 평균 입원환자 수(30%) ▲환자구성 비율(30%) ▲진료량(20%) ▲의료질(20%)의 4개 영역별 가중치를 계산한 다음 합산해 높은 점수 순서대로 전문병원을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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