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로쿠맙 병용군, 강력한 LDL-C 조절에 심혈관질환 예방까지

비스타틴 약제가 오랜 침묵을 깨고 포효를 꿈꾸고 있다. 스타틴으로 대표되는 이상지질혈증 시장에서 비스타틴계 약물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순환기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66차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7, 17~19일)에서 주목받은 연구를 꼽자면 차세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이자 PCSK9 억제제인 '에볼로쿠맙(evolocumab)' 연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강력한 LDL-C 개선효과가 있다. 궁극적으로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을 낮췄고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런 점 때문에 학계는 최적의 비스타틴 약제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에볼로쿠맙 병용 시 심혈관사건 예방

17일 발표된 FOURIER 연구는 스타틴과 함께 PCSK9 억제제를 병용했을 때 심혈관계 아웃컴을 평가한 최초 대규모 무작위 연구라는 점에서 발표 전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 약 2만 75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49개국 1272곳 의료기관에서 2013년 2월~2015년 6월에 모집됐다. 환자군 평균 나이는 63세였다. 등록 당시 LDL-콜레스테롤(LDL-C) 중앙값은 92mg/dL였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스타틴과 함께 에볼로쿠맙 투여군(에볼로쿠맙군) 또는 위약 투여군(위약군)으로 1:1 무작위 분류했다. 에볼로쿠맙은 140mg 2주 1회 또는 420mg 4주 1회 피하주사했다.

효능에 대한 1차 복합적 종료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관상동맥 혈관재개통술을 받은 경우로 정의했다.

에볼로쿠맙의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를 가늠하는 핵심 2차 복합적 종료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병으로 설정했다.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2.2년이었다.

최종 결과, 1차 복합적 종료점 위험은 위약군 대비 에볼로쿠맙군에서 15% 유의미하게 감소했다(HR 0.85; 95% CI 0.79~0.92; P<0.001). 1차 복합적 종료점 발생률은 에볼로쿠맙군에서 9.8%(1344명), 위약군에서 11.3%(1563명)로 1.5% 차이가 났다.

주목할 점은 핵심 2차 복합적 종료점에서 뚜렷한 효과를 보인 것이다. 2차 복합적 종료점 발생률은 에볼로쿠맙군과 위약군이 각각 5.9%(816명)와 7.4%(1013명)였고, 발생 위험은 에볼로쿠맙군에서 20% 낮았다(HR 0.80; 95% CI 0.73~0.88; P<0.001). 이러한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치료 첫해 발생 위험은 16% 감소했고, 이후에는 25%로 약 10% 더 위험이 감소한 것.

이상반응은 두 군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단 주사 부위의 국소 자극 발생률은 에볼로쿠맙군이 위약군보다 0.5% 더 많았는데(각각 2.1% 대 1.6%), 그 정도는 심각하지 않았다. 이상반응에 따른 치료 중단율은 두 군이 1.6%와 1.5%로 차이가 없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하버드대학 부속 브리검 여성병원 Marc S. Sabatine 박사는 "스타틴을 기반으로 에볼로쿠맙 피하주사 시 심혈관계 아웃컴이 개선되고, 이상반응도 위약과 차이가 없어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에볼로쿠맙 병용군, 강력한 LDL-C 조절에 심혈관질환 예방까지

에볼로쿠맙은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우려도 덜어냈다. 18일 발표된 EBBINGHAUS 연구 결과, 스타틴과 에볼로쿠맙 병용 시 기억 손실 또는 인지기능 변화는 위약군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미국 하버드대학 부속 브리검 여성병원 Robert Giugliano 박사팀은 스타틴을 기반으로 에볼로쿠맙 또는 위약을 병용했을 때 인지기능 변화를 직접 비교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디자인했다.

연구는 FOURIER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 1974명이 연구에 포함됐고, 치매, 인지기능 장애, 신경질환 등을 진단받은 환자는 제외됐다. 1차 종료점은 공간작업기억전략 점수로 설정해 실행기능을 평가했다.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환자들은 등록 당시, 약물 병용 24주, 48주, 96주 후 그리고 연구 종료 때 전산화 신경 심리검사인 CANTAB를 받았다. 아울러 환자들은 매일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19개월이었다.

최종 결과, 에볼로쿠맙군과 위약군의 공간작업기억전략 점수 변화는 각각 0.21점, 0.29점 감소해 두 군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연구팀이 설정한 비열등 기준(P=0.19)에도 부합해(P non-inferiority<0.001), 에볼로쿠맙이 위약 대비 비열등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Giugliano 박사는 "스타틴과 에볼로쿠맙을 병용해 LDL-C를 더욱 강력하게 낮추더라도 환자의 기억 및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없으므로, 임상에서는 에볼로쿠맙을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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