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인구에서 치매 환자보다 9배 더 많아…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은 악화

▲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는 31일 더 플라자 서울에서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의 질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치매와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31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정책간담회'에서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김희태 학회장(한양의대 신경과)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환자 비율이 치매 환자보다 9배 더 많고, 환자 가족의 부담 역시 매우 높다"며 "그러나 치매 관련 정책은 잘 마련됐지만 파킨슨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나 정책적 관심은 매우 낮다"고 토로했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약 4만 명에서 2016년 10만 명가량으로 10년 사이에 약 2.5배 증가했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들의 의료비용은 비파킨슨병 환자들보다 외래비용이 약 2.16배, 입원비용이 1.62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진환 정책이사(성균관의대 신경과)는 "파킨슨병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부담이 되는 질환이다"면서 "특히 경제활동을 해야 할 40~50대 성인에서 파킨슨병 환자가 많아 가계부담이 커지면서 온 가족의 삶의 질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는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 857명을 대상으로 질환으로 인한 불편함과 개선사항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파킨슨병 환자들은 육체적 어려움을 가장 많이 토로했는데, 77%가 신체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가 56%였고, 사회적 고립 및 타인의 시선으로 어려움을 호소한 환자가 각각 36%와 34%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파킨슨병 환자 가족의 질병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호자 중 67%가 간병에 대한 부담을 가장 크게 느꼈으며, 42%는 환자와의 관계, 38%는 죄책감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정책이사는 "파킨슨병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치료 비용에 대한 부담 경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며, 특히 보호자들은 환자 가족지원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했다"며 "파킨슨병은 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의료적 지원에서 더 나아가 치매와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좌부터) 김희태 학회장(한양의대 신경과), 조진환 정책이사(성균관의대 신경과), 김중석 총무이사(가톨릭의대 신경과)

최근 3년간 파킨슨병 관련 연구 '0건'

이런 문제점에도 국내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파킨슨병 발병 원인 또는 환자들이 느끼는 어려움 등을 조사한 연구는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중석 총무이사(가톨릭의대 신경과)는 "파킨슨병은 두 번째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국 단위의 파킨슨병 관련 연구는 부재한 실정"이라며 "국외에서는 파킨슨병 발병 원인, 환자들이 느끼는 어려움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국내와 파킨슨병 환자 유병률이 비슷한 호주를 살펴보면, 파킨슨병 관련 연구비로 2014년 총 1천만 달러를 지원했고 파킨슨병 환자들에 대한 다양한 역학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질병관리본부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술연구개발 연구비 중 뇌질환 관련 연구비는 26억 원으로 전체의 약 3%에 불과했고, 이 중 파킨슨병 관련 연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더욱이 2007년 기준 국내 파킨슨병 역학연구는 총 3편으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김 총무이사는 "국내 파킨슨병 연구 지원 비용이 굉장히 부족하다. 호주와 비교하면 약 7배 차이가 난다"면서 "파킨슨병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파킨슨병 위험요인, 발병요인 등을 파악하는 연구가 진행돼야 하며, 이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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