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AHA·ACC 성인 판막성 심질환 관리 가이드라인 "TAVI 수술 중간 위험군도 가능"

▲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TAVI를 수술 중간 위험군에게도 할 수 있다는 권고안을 포함한 판막성 심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사진은 고대 안암병원 의료진이 시술하는 모습.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을 수술 중간 위험군에게도 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판막질환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2014년 AHA·ACC 성인 판막성 심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초고위험군 또는 수술 고위험군에게만 TAVI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이후 발표된 연구 등을 근거로 3년 만에 권고안을 개정했다(Circulation 3월 15일자 온라인판).이와 함께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만 투약할 수 있었던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를 판막성 심질환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게도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안이 눈길을 끈다. 새롭게 바뀐 2017년 AHA·ACC 성인 판막성 심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해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더이상 수술 어려운 환자만의 시술 아니다"이번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TAVI 권고안을 꼽아도 과언이 아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 중간 위험군인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수술적대동맥판막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 또는 TAVI를 시행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권고등급 Ⅱa, 근거수준 B).

2014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초고위험군 또는 수술 고위험군에게만 TAVI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근거로 TAVI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 근거로 AHA·ACC는 2016년 발표된 PARTNER Ⅱ 연구를 제시했다. 연구에서는 미국흉부외과학회(STS) 점수가 4% 이상으로 수술 중간 위험군인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TAVI 또는 SAVR를 시행했을 때 2년 예후를 비교했다(NEJM 2016;374:1609-1620).

최종 결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또는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 발생률은 TAVI군과 SAVR군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HR 0.89; P=0.25). 구체적으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TAVI군과 SAVR군에서 각각 16.7%, 18%였고,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 발생률은 6.2%와 6.3%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수술이 어려운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TAVI를 해야 한다는 기존 권고안을 유지하면서 근거수준을 B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I, A). 무작위 대조군 연구 및 관찰연구에서 TAVI가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위험 대비 혜택이 크다고 입증됐다는 것이 AHA·ACC의 부연 설명이다.

최종적으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수술 위험도에 따라 △저위험군은 SAVR △중간 위험군은 SAVR 또는 TAVI △고위험군은 SAVR 또는 TAVI △수술 불가능한 초고위험군은 TAVI를 적용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가이드라인 위원회 공동의장인 미국 워싱턴의대 Catherine M. Otto 교수는 "TAVI는 수술 위험도가 높거나 수술이 어려운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권고하고 있다"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수술 중간 위험군도 TAVI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개흉수술에서 TAVI로 넘어가는 전환점 마련"

개정된 권고안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가 개흉수술에서 TAVI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의대 장기육 교수(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는 "수술 중간 위험군도 TAVI가 가능하다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수술 저위험군 또는 중간 위험군에게 TAVI를 해도 되는지 논란이 있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술 중간 위험군에게도 무리 없이 TAVI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가톨릭의대 고윤석 교수(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는 "수술 중간 위험군 환자에게 TAVI가 SAVR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규명됐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많은 환자가 가슴을 열지 않고 시술로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려의대 유철웅 교수(고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는 "국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술 초고위험군 또는 고위험군뿐만 아니라 중간 위험군에서도 TAVI의 효과가 수술에 뒤지지 않았다"면서 "외국에서는 TAVI 적용 환자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향후 국내 데이터가 마련되면 이번 가이드라인과 함께 국내 정책 결정에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판막성 심질환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 NOAC 가능

이와 함께 눈여겨볼 부분이 '판막성 심질환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의 항응고요법'이라는 주제로 새롭게 마련된 섹션이다. 특히 비타민 K 길항제(VKA)인 와파린의 대항마로 주목받은 NOAC의 진격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NOAC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만 투약할 수 있다고 권고됐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판막성 심질환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도 NOAC을 고려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제시했다. 단 류마티스성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 및 금속판막을 이식받은 판막성 심질환 환자는 제외됐다.

Otto 교수는 "판막성 심질환 환자의 항응고요법으로 NOAC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한 것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최초"라며 "류마티스성 승모판막 협착증 및 금속판막을 이식받은 환자를 제외한, 판막성 심질환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게 NOAC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권고안을 살펴보면, 먼저 류마티스성 승모판막 협착증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게 혈전색전증 예방을 위한 항응고요법으로 VKA를 투약하도록 명시했다(I, B). AHA·ACC는 NOAC과 VKA의 효능 및 안전성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류마티스성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NOAC을 권고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뇌졸중 위험 평가척도인 CHA2DS2-VASc 점수가 2점 이상이고 자연 대동맥판막질환(native aortic valve disease), 삼첨판막질환 또는 승모판막 협착증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요법을 권고하면서(I, C), 이들에게 VKA 대신 NOAC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IIa, C).

이는 NOAC의 랜드마크 연구인 ROCKET-AF(리바록사반), ARISTOTLE(아픽사반), RE-LY(다비가트란) 연구 하위분석에서 판막성 심질환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게 NOAC 투약 시 와파린 대비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

장 교수는 "승모판막 협착증처럼 혈전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제외한 판막성 심질환 환자에게는 NOAC이 VKA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실제 임상에서도 TAVI 후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NOAC을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TAVI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NOAC 치료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연구 결과가 나오면 NOAC 치료전략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유 교수는 "판막성 심질환이 동반된 심방세동 환자에게도 NOAC이 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것"이라며 "향후 국내 NOAC 적응증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공판막 선택 가능 나이 '60~70세 → 50~70세'로 조정

대동맥판막 또는 승모판막 치환술 시 인공판막인 금속판막 또는 조직판막을 선택할 수 있는 환자 연령은 이전 가이드라인보다 확대됐다. 

금속판막은 내구성이 강한 금속 성분으로 제조돼 수십 년간 사용이 가능하므로 주로 젊은 연령에서 사용된다. 조직판막은 소 또는 돼지 등의 심낭이나 판막으로 만들며 판막의 수명이 약 15년으로 제한돼 대동맥판막에서는 65세 이상, 승모판막에서는 70세 이상의 고령에서 사용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50세 미만 환자에게는 금속판막을 이식해야 한다고 명시했다(IIa, B). 금속판막 이식 가능한 나이를 60세 미만으로 제시했던 2014년 가이드라인과 비교하면 적용 나이가 더 낮아진 셈이다

단 조직판막을 이식할 수 있는 나이는 기존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70세 이상을 유지했다(IIa, B).

이에 따라 50세 이상~70세 미만 환자는 위험 대비 혜택을 고려해 금속판막 또는 조직판막을 선택해 시술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IIa, B). 즉 인공판막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기존 60세 이상 70세 미만보다 넓어진 것.

권고안에 대해 장 교수는 "조직판막이 금속판막보다 늦게 개발돼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며 "50~60대는 젊은 사람처럼 활동량이 많아 아직 국내에서는 금속판막을 이식할 수 있는 환자 나이가 60세 미만으로 갈 것으로 본다. 국내 데이터가 없으므로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염성 심내막염 예방 위해 치과 치료 전 항생제 복용

아울러 심장판막에 문제가 있거나 판막수술을 받았던 환자는 치과 치료 전 감염성 심내막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기존 권고안을 유지했다. 권고등급은 2014년 가이드라인과 같았지만 근거수준은 B에서 C로 하향됐다(IIa, C).

그 이유에 대해 AHA·ACC는 일부 관찰연구의 하위분석에서 항생제 복용 후에도 감염성 심내막염 및 이상반응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권고안이 적용되는 환자군은 △보철 및 동종이식 판막 등의 심장판막을 이식받은 환자 △판막륜을 고정하는 고리 또는 링(annuloplasty ring)을 심장 내부에 들어가게 해 판막을 재건한 환자 △감염성 심내막염이 있었던 환자 등으로 명시했다. 

유 교수는 "현재 관찰연구만 진행됐고 무작위 연구는 없어 근거수준이 낮아진 것"이라며 "권고등급은 변함이 없으므로 치과 치료 전 감염성 심내막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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