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의입원 비중 감소" 정부 주장에 의료계는 '타 요인 때문'
환자 인권은 향상...자기결정권, 비자의입원 감소는 부정적 평가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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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에 대한 적합성여부를 심사하는 입원적합성심사제도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장의 의료진들은 환자 인권 보호에는 도움이 됐지만, 자기결정권 보장 및 불필요한 비자의입원 감소에 대해선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

'입원적합성심사제도'는 비자의입원으로 정신질환자의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막고, 지역사회 복귀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입원적합성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 간에는 입원적합성심사제도의 시행 효과에 대해 견해 차이가 존재했다.

정부는 제도 시행 후 정신의료기관의 비자의입원 비중이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2016년 말 비자의입원이 61.6%에 이르렀지만,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8년 말 기준으로는 34.6%로 대폭 하락했다는 것이다.

반면 정신의료계는 이러한 발표에 비판적이었다.

특히 비자의입원 감소에 대해 "추가진단 유예로 인해 퇴원자가 낮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비자의입원요건의 강화는 결국 적시에 입원치료를 실시하지 못해 지역사회 관리의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입적심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인권보호(4.12점)와 권익옹호(4.07점)에서는 평균 4점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자기결정권 보장에서는 평균 3.6점으로 평가됐다.

환자의 처우 개선과 관련해선 '이송 과정에서 강압적인 행위가 줄었다'는 항목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4.32점)을 받았지만 '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처우 개선'은 3.69점, 불필요한 비자의 입원 감소는 3.42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장 의료진 "입적심이 비자의입원 실제 줄였는지는 의문"

환자 속여 병원으로 데려오는 사례도 늘어나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서 입심소위 위원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 전문요원, 환자 당사자나 가족 등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도 실시했다.

면접에 참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의 인권이 상당히 증진됐다. 입적심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대부분의 병원에서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설문조사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불필요한 비자의입원의 감소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었다.

특히 과거에 비해 비자의입원이 줄어든 것은 입적심 제도의 효과가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고 봤다.

입적심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입원을 시키는 사람도 자타해 위험이나 질환 가능성을 더 의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비자의입원이 줄어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적심이 실제 비자의입원을 줄이고 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 비자의입원인데 여러 이유로 동의입원으로 바꿨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적심 제도의 부작용도 지적됐다. 환자 이송 과정의 적법성이 입적심 기준에 포함되면서 환자를 속여 병원으로 데려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전문요원인 모 간호사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가야 한다고 하거나 다른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환자를 속인 후 입원 절차를 밟는 사례가 있었다"며 "환자를 속이는 행위는 입적심의 부적합 기준에 포함돼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적들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몇 가지 개선방안을 내놨다. 먼저 입심소위 구성에서 환자 당사자와 그 가족의 참여를 확대하고, 비자의입원 환자에 대한 대면조사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제도의 부작용 제어와 관련해선 입적심의 절차 준수가 환자의 치료권과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분명함에도 서류 미비와 같은 절차상 문제로 인해 입원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며 "급성기 환자와 관련해 시의적절한 치료적 접근성을 저하시키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적심 제도의 발전 형태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제도가 제시됐다.

연구진은 "입적심을 받아야 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대면진술권과 절차보조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사후 고지 절차 및 심사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도 현행 제도에는 없어 법률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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