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의연, 암치료 환자 이차성 혈액암 발생 연구결과 발표
일반인 대비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 17.4배 높아
유방암 여성 환자가 115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 차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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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선행암 진단 후 5년 내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일반인 대비 17.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 치료를 받은 후 유전적 손상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이차암인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에 대한 국내 현황을 발표했다.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은 암 치료 후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의미한다.

선행암 치료로 이미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은 환자가 다시 마주칠 수 있는 고비용의 난치 혈액암이다.

보의연은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의 발생 현황과 고위험군 선별을 위한 위험요인 분석 연구에서 국립암센터 암등록자료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연계해 추적기간별, 성별, 암종, 치료별로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의 발생 현황과 위험인자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5종의 선행암 환자 중 항암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요법 치료를 받은 34만 2875명을 대상으로 2019년까지 추적관찰해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의 발생 위험도와 환자 수를 파악했다.

34만 2875명 중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이 발생한 환자는 총 629명으로 절대적인 발생 수는 적지만, 이 환자들의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은 일반인구 집단과 비교해 2.9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선행암 진단 후 5년 이내에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선행암 진단 후 5년 미만에서 일반인구 집단 대비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17.4배나 높았다.

실제 환자 수는 총 408명이었으며, 5년 이상에서는 발생 위험이 1.17배, 환자 수는 221명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암종 및 성별에서는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이 발생한 환자 629명에서 여성 유방암 환자가 115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여성에서 유방암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암종은 갑상샘암 54명을 제외하고 난소암 27명, 악성림프종 20명, 형질세포종 20명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악성림프종 48명, 폐암 36명, 간암 33명 순으로 환자들이 많았으며, 선행암에 대한 세포독성치료라는 특별한 병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남녀 모두에서 고령이 위험요인은 되지 않았다.

항암화학·방사선요법 및 백혈병 호발제제 사용 이차암 발생 관여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의 여부, 백혈병 호발제제의 사용 여부 또한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항암화학요법 단독치료군과 방사선요법 병행군에서는 일반인구 집단 대비 모두 3배 이상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높았으며, 백혈병 호발제제를 2개 이상 사용할 때도 위험도가 9배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표적치료제만 사용한 경우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일반 인구집단과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에 따라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이 높은 환자군도 확인됐다.

해당 환자군은 △제2형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 혹은 알킬화제를 포함하는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해 암을 치료 받는 환자 △특히 치료 과정에 방사선치료를 포함하거나 2가지 이상의 백혈병 호발 제제를 사용하는 등 항암화학요법의 치료 강도가 세고 노출 기간이 긴 특징을 가지는 골암, 연부조직암, 림프종, 형질세포종양 환자 △높은 병기의 여성 유방암 및 난소암 환자 등이다.

이들 환자에게는 선행암 진단 후, 치료 계획 수립과정에서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률이 높음을 고려해 관련 검사 및 치료 약제와 방법, 강도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신규 암환자 1년 진료비보다 이차암 진료비 5배 이상 높아

한편, 연구진은 경제적 부담을 확인하기 위해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환자들의 진단 후 1년 이내와 3년 이내의 의료비용도 분석했다.

진단 후 1년 간 1인당 진료비 총액은 5041만 2061원이었으며, 3년 이내의 평균 전체 비용은 6201만 5873원으로 첫 1년에 진료비용이 집중됐다.

2015년 건강보험통계연보의 신규 암 환자 1인의 1년 진료비 총액이 932만 4610원임을 감안하면,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은 이미 선행암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1인당 진료비용이 무려 5배 이상 높은 고액암이라는 것이다.

또 외래보다 입원진료의 비중이 높아 병상과 간호인력 등 진료비용 외의 의료자원의 소모가 심한 중증 혈액암의 특성을 보였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홍준식 부교수는 "발생 환자의 수가 절대적으로는 적기 때문에 보통의 암환자들이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후 혈액암 발생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 "확인된 고위험군에서는 치료 후 5년간 추적 혈액검사 등을 충실히 시행하고 비슷한 효과가 예상된다면 고위험 약제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명백한 고위험군에 한해 혈액암 발생 소인을 예측할 수 있는 선제적 유전자 검사의 효용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보의연 이나래 부연구위원은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과 같은 예후가 불량하고 경제적 부담이 큰 암종은 조기발견과 예방노력이 필요하다"며 "고위험군 환자들의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한 코호트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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