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수련병원 소청과 전공의들, 27일 호소문 통해 의대 증원 재검토 촉구
“아이들 보며 수련 버텨왔지만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로 자긍심 잃어”
환아·보호자에게도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사죄 전해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2월 집단 사직 이후 침묵을 지키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필수의료 위기는 그동안 지속돼온 정부의 방임 때문이며, 이제 와서 의대생을 증원해도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18개 수련병원 소청과 사직 전공의들은 27일 호소문을 통해 “현장에 있는 의사로서 저희의 실정과 문제점에 대해 용기 내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 수련병원은 강북삼성병원, 건양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부산대병원, 분당 제생병원, 서울대병원, 서울 아산병원, 세브란스 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아주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울산대병원,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 이대목동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등이다.

이들은 소청과가 10년 이상 임상 경력을 가진 전문의도 낮은 수가로 인해 진료를 포기하고, 상급병원은 적자라는 이유로 전문의 고용을 늘리지 않는 현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과목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아이들을 지켜낸다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련도 버텨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소아과 오픈런’ 사태가 시작되면서 낮은 수가와 환자 수 감소로 인한 의원 폐업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며, 이에 소청과 전문의들이 해결책을 호소했지만 정부가 귀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이후 발표된 소아 의료 관련 정책을 보며 조금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으나 올해 2월 발표된 2000명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는 저희의 희망과 자긍심마저 잃게 했다”며 “소청과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이미 배출된 전문의들이 진료를 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정책과 정부의 방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청과는 국가가 정한 급여체계 안에서 영유아 검진 등을 실시하다 보니 개원가 적자가 두드러지고, 대학병원에서도 생존이 어렵다. 또 성인과 달리 장시간과 많은 인력, 기술을 요하지만 현 수가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의료 소송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공의들은 “증원된 2000명의 의대생 중 일부가 소청과 전문의가 돼도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2000명 중 전문의가 될 극소수를 10년간 기다리는 것보다 저평가된 수가를 개선하고 특수성을 인정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더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정부의 면허 정지나 형사 고발 등 압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직업의식이나 생명에 대한 존중은 없는 사람들로 호도당하고 있다며, 사직은 좌절감과 실망감으로 깊은 고민 끝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지방의 의대생을 증원해도 해당 지역의 환자수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일시적인 눈가림에 불과하다”며 “소청과를 포함한 필수의료가 붕괴되기 전 지금과 같은 적극적인 관심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정부, 증원 재검토하고 필수의료 과목별 정책 논의해야

환자 및 병원 동료들에게는 미안함 전해

18개 수련병원 소청과 사직 전공의들은 27일 호소문을 통해 필수의료 위기는 그동안 지속돼온 정부의 방임 때문이며, 이제 와서 의대생을 증원해도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18개 수련병원 소청과 사직 전공의들은 27일 호소문을 통해 필수의료 위기는 그동안 지속돼온 정부의 방임 때문이며, 이제 와서 의대생을 증원해도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2000명의 무리한 증원을 고집하는 것보다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또 단발성 정책이 아닌, 붕괴를 비롯한 필수의료 과목별 특수성에 걸맞는 정책과 보상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인해 불안해할 환아들과 보호자들에게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또 교수들과 전임의,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에게도 감사와 미안함을 전했다.

전공의들은 “더 나은 시스템 하에 치료받지 못하는 환아와 제자리를 잃어가는 선배 의사들, 동료들,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하는 언론을 보며 저희의 가치와 미래는 어디에 있을지 무력감을 느낀다”며 “의사들이 왜 사라졌는지 의문이 든다면 저희의 이야기에 잠깐이라도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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